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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시〕그리운 등_박주영

by 박주영

https://blog.naver.com/dicapoetly/223610704319



그리운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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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않는

자식 기다리던


그림자만 남아

기억 속에 흐린


_박주영



*암 병동에서 오지 않은 외동딸을 기다리던 친정아버지 뒷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습니다.

벌써 17년이나 지나버렸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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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새집 / 박주영


국립영천호국원 충령당 507 봉안실

옆집 아랫집 모두 상사 집이다

전쟁 중에 받은 훈장 자식들 장난감 되어 흔적조차 없어지고

대문에는 육군 병장 문패만 걸렸다

평생 흙과 나무와 풀벌레와 살아온 아버지

주눅 들까 걱정이다

백이라고는 소리 지를 때마다 다소곳이 수발들던 아내뿐인데

아직은 오지 말란다

재회의 날 기다리며 외로움 달래 줄 사랑방에는

성품 같은 옥색 도배를 하고

안방에는 고생만 시켰다던 어머니 닮은

흰 바탕에 수수한 꽃무늬 물결이겠지

담벼락마다 낫이며 호미며 괭이 걸어두고

과수원 아무 곳에나 연장 버려두었다고

식구들 야단치던 시절 떠올리겠지

비 오는 날이면 마을회관 드나들 듯 이웃과 만나

생사를 넘나들던 전장 무용담 전설처럼 주고받을 테고

멀다는 핑계로 일 년에 한 번 고개 내미는 외동딸을 위해

땀 흘려 농사지은 알곡들만 채워 택배 준비하고 계실지 몰라

자식들 몰래 출생 팔찌 앨범에 간직하며 그리움이 된

손녀 손자를 위해 또 가슴으로 기도하겠지

그러다 보고픈 마음 깊어지면

방마다 사랑으로 붙여둔 피붙이 사진

따스한 손길로 천만번 어루만지겠지




<시사모>〔한국의 좋은 시 필사〕별은 너에게로 / 박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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