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네가 임용고시 안될 줄 알고 있었어”
남편과 대화를 하다가 남편이 꺼낸 말에 충격을 받았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랑 맨날 만나서 놀았잖아”
연애할 때, 내가 있는 곳은 뻔했다. 도서관.
그는 틈만 나면 도서관 앞이라며 나를 불러냈다.
공부하는 사람을 왜 자꾸 불러내는지 짜증이 나기도 했지만, 바람을 쐴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그때는 그가 ‘나의 꿈’을 응원하고 있는 줄 알았다.
그날 남편의 말을 듣는 순간 내 몸과 마음은 굳어버렸다.
‘착한 사람’ 가면은 내 마음의 불편함을 그에게 표현하지 못하도록 했다.
생글생글 웃으며 그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돌아와, 밤마다 걸려오는 그의 전화번호를 보며,
‘이런, 나에게 푹 빠졌네’ 하며 우쭐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푹 빠진 사람은 나였다.
집과 도서관을 오가는 단순한 삶에 그는 한 줄기 빛과 같은 사람이었던 거다.
타이밍이 아주 절묘했다.
남편과 나의 관계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얘기를 나눌만한 시간이 많지 않았고, 나의 일상은 온통 그가 되어버렸다.
그때, 그는 불나방처럼 목적 없이 나에게 돌진했던 거였다.
나를 사랑하고 존중한 건 아니었다.
나를 존중했다면 나의 꿈도 존중해줬어야 했다.
그는 오래전 그 순간, 자기 마음 외엔 그 어떤 것도 고려하지 않았다.
지금의 남편은 그때의 나를 무시하며 비웃는 듯했다.
이제는 돌릴 수도 없는 시간을 절실하게 돌리고 싶었다.
난 그때 나를 불러내는 그를 거절했어야 했다.
내 꿈을 이루는 걸 가장 우선시해야 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곱씹어보며 후회하고, 나 자신을 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