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처럼, 신혼 초에도 나는 그에게 많이 의지했고 많은 걸 부탁했다.
게다가 난 집안일이 서툴렀고, 하기 싫었다.
결혼하고 부모님과 독립하고 나니 집안일이라는 게 해도 해도 끝이 없었다.
그리고 나 혼자 모든 집안일을 다 하는 건 굉장히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남편과 집안일을 분담했다.
여느 날처럼, 남편에게 아침에 방 걸레질을 부탁했다. 방을 닦고 걸레를 빨던 그가 화장실에서 갑자기 짜증을 냈다.
“아침부터 사람한테 왜 걸레질을 시켜?!”
나는 많이 무안했다.
나에게 화 한 번을 안 낼 것 같던 그의 짜증스러운 말투도 충격적이었다.
저렇게 폭발하기 전에, 미리 나에게 언질을 해줬더라면 서로 기분 상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그에게 무리한 부탁을 했다고, 철없는 행동이었다며 나를 자책했다.
그 뒤로, 남편에게 뭔가를 부탁할 때는 기분 나쁘지 않은지 눈치를 봐가며 조심스럽게 부탁했다.
이런 일들이 반복되면서, 나는 점점 혼란스러웠다.
그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내가 그를 이렇게 만든 건지 날 뒤 돌아보고, 문제가 뭔지 찾기 위해 노력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눈치를 많이 봤다.
엄마와 아빠는 종종 다투시곤 하셨다.
“너는 아빠랑 똑 닮았다!”
엄마가 평생 나에게 그렇게도 자주 했던 말이다.
나는 그 말이 듣기 싫었다.
아빠는 성격이 불같았다. 아빠랑 닮았다는 말은 ‘얼굴’과 ‘성격’ 둘 다 닮았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그래서 난 성격이 불같은 아빠처럼 되지 않기 위해, 엄마한테 그 말을 듣지 않기 위해, 엄마에게 더 사랑받기 위해, 착한 딸이 되고자 최선을 다했다.
그렇게 나는 타인의 기분에 민감하고, 싫은 소리를 하지 못하는 ‘착한 사람’이라는 굴레에 갇혀버렸다.
내 기질 또한 한몫한 것 같다.
타인의 감정을 잘 감지하고, 쉽게 공감하고, 혹시 상대방이 기분 나빠 보이기라도 하면, 내 잘못인지 나의 행동을 반추해 보는 그런 사람.
난 그런 사람이다.
남편은 나의 그런 모습을 간파하기 시작했다. 아니, 이미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