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

by 눈빛이슬

아이들이 어린이집을 다니게 되니 나에게 시간적 여유가 조금 생겼다.

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꾸만 작아지는 나를 위해서였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하나둘 늘어갔고, 거기서 인정을 받는 게 행복하게 느껴졌다.

내 행복한 기분을 남편과 함께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그가 나와 같은 감정을 나누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을 수 없었다.


‘내가 일하는 게 싫은가?’

‘내가 하는 일이 별 볼 일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루는 일하고 돌아와 밀린 집안일을 끝내고 남편에게 피곤하다고 애교 섞인 투정을 부렸다.


“아, 피곤하다.”


나는 그에게 수고했다는 한마디가 듣고 싶었다.

나로 우뚝 서기 위해 노력하는 한 인간으로서, 집안일과 아이들을 잘 챙기는 아내이자 엄마로서 나를 인정해 주길 바랐다.

내가 하는 일을 존중해 주길 바랐다.

서로를 위로해 주고, 보듬어주는 그런 관계를 원했다.

하지만, 남편의 대답은 나에게 비수가 되어 꽂혔다.


“네가 하는 일이 뭐 대단하다고”


‘오늘 기분 안 좋은 일이 있었나?’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지금 하는 일이 잘되지 않아서 기쁨을 같이 나누기 힘든가 보네’


나는 그 후로도 수차례 남편을 애써 포장하며 나의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을 혼자 달랬다.

한동안 나 혼자 감정을 정리하고 나서, 남편이 기분 좋아 보이는 어느 날 남편에게 조심히 말을 건넸다.

이런 상황에서는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나에게 해주면 기분이 좋을 것 같다고.


“꼭 누군가의 인정을 받아야 하는 거야? 스스로 만족감을 느끼면 됐지!”


남편은 나와 공감하고, 나의 기분에 맞춰주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매일매일 깨달아 가고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외로움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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