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 말 없이 나를 위로했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 1월.
입사를 앞두고 있던 나는 조금 멍한 상태였다.
취업을 했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하는 것에 대한 걱정도 가득했다.
"이렇게 일찍 입사하는 거, 아쉽지 않아?
입사 전에 뭐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대학선배가 툭 던진 말 한마디가
생각보다 마음 깊숙이 들어왔다.
그 질문은 그날 하루 종일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 다음날,
가장 먼저 '혼자 여행 추천 장소'를 검색했고
많은 선택 지들 중 가장 가깝고 접근이 편한
인천 소무의도를 가게 되었다.
나는 평소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람도 아니고,
혼자 어딘가를 가본 적은 더더욱 없었던 나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이유도, 계획도 필요하지 않았다.
그냥 나가고 싶었다.
어디라도 좋았다.
혼자라는 것도,
그때는 이상하게 나쁘지 않게 느껴졌다.
지하철을 타고 인천으로 향하는 길은 조용했다.
창밖으로는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두운 하늘과
삭막한 건물들이 지나가고,
내 마음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씩 뜨고 있는 햇빛을 받으며
나는 아주 작은 해방감을 느끼고 있었다.
처음 가는 길,
처음 마주하는 버스 노선,
처음 마주하는 풍경들은
나에게 큰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중간에 버스도 잘못 타고 길이 익숙지 않아
처음으로 기사님께 가는 법도 물었고
휴대폰이 아닌 버스 밖 풍경을 오랜만에 바라봤다.
그렇게 돌아오는 길, 해는 천천히 지고 있었다.
나는 그날 하루를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않아도
괜찮을 만큼 충분히 나와 함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무의도는 내게 그걸 처음으로 가르쳐준 곳이었다.
혼자 걷는 길이 생각보다 괜찮다는 걸,
그날 나는 처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