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나는 강변을 걸었다.
우리는 아무 말이 없었다. 말할 필요가 없었다. 침묵으로 전해지는 말도 있다.
시민 단체에서 일하는 친구는 언제라도 압수수색이 나올 수 있다는 걸 대비해 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정권 바뀌면 바로 나라 곳곳 분위기가 달라진다. 권력은 그렇게 큰 효능이다. 정치는 일상을 만든다.
고용노동부 민원 창구를 가보면 알 수 있다. 일하는 공무원은 그대로여도 일이 달라진다.
절차가 늘어나거나 엄격해지고 없던 턱이 생겨 몇번을 오가게 된다. 접수부터 힘들어지기도 하고 모멸스런 시선을 받기도 한다.
친구와 내가 시위에 나섰던 때도 정권은 어김없이 작용했다.
어느 정권 때 시위에선 같이 나간 학생이 전경에게 맞아 먼저 돌아가셨고
어느 정권 때 시위에선 그런 일까지는 불안해하지 않아도 되는 믿음의 기반이 있었다.
우리는 강변을 휘돌아 걷다 큰 고속도로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친구는 까만 밤에 녹은 채 희뿌윰한 빛을 테두리 삼아 입을 열었다. 자기가 작은 섬이 되고 있다고 했다.
정신을 차려보면 누군가 떠나 있고 누구는 연락을 받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길 피하고 있다고 했다.
"처음 이 일 시작할 때만 해도 광장에서 사람들과 함께였는데, 어느새 울타리가 쳐지고 사람이 없어.
내가 있는 곳은 울타리 밖으로 내쳐지더니 이젠 고립된 우물같아. 요즘은 아침마다 내 몸이 줄어든 걸 느껴."
은사님 조언이 맞았다. '같이 있어줘.' 끄덕이며 친구의 말을 들었다.
이어지는 늦더위에 가을을 기다리느라 지친 우리의 몸은 밤안개에 젖어 땀냄새가 났다.
드문드문 이어지던 친구의 음성은 차분히 가라앉았다.
헤어질 때가 되자 친구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고 공중을 향해 입을 연다.
"별이 없는 하늘은, 참혹하구나."
"있어. 구름 뒤에."
"그럴까?"
네가 문지기야,
나는 대답을 삼켰다.
오늘 아침 친구가 조사를 받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역사는 이 5년을 검찰, 친일, 극우 그리고 공포 정치로 기록하리라 확신한다.
무이념과 실리는 안일한 사욕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소리 하는 이들은 자신의 울타리가 무너지면 어떻게 할까.
아무나에게 복지를 하면 안된다는 이들은 자신이 그 '아무나'가 될 수 있다는 상상은 하지 않는다.
소식을 들은 그 친구의 친구들 모두 배를 맞은 듯 침통하고 고통스럽다.
하지만 우리는 이 쓰라린 지금을 절대 잊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것만이 그 친구와 같이 있을 방법이다. 함께 아파야 한다. 더 아프지 않기 위해서라도.
별을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