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때까지
A 어르신이 돌아가신 후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오래 투병하셨고 연로하셨으니 예상이 되었는데도
돌아가신 것을 간단히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마음이 들어 말씀을 적는 것으로 추모한다.
그분은 시신기증하며 장례를 생략하셨다.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지막 모습을 영정 사진으로 남기고 싶지 않다고 하셨다.
카랑카랑한 목소리, 조금 교활한 표정으로 앞에 있는 사람을 보며 재미있다는 듯 눈웃음을 지으시던 모습이 그립다.
그리워서, 눈물도 나지 않고 목 아래부터 꽉 막힌 것 같다.
이러한 아픔과 경험이 얼마나 희귀한 사치인 지 아는 나이가 되었다.
"자네, 죽음이 두려우면 진짜 잘 살 수는 없는 거네.
당연히 끝이 두렵지만 누구나 그렇겠지만
사랑하는 것이 있으면, 누구를 제대로 사랑하면 운명 앞에서 겸허해지고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지.
그건 죽음을 극복하려는 따위 호기가 아닌 것 같아. 사랑은 죽음을 포함한 운명을 사랑한다는 것이 아닐까."
"어르신. 비슷한 연배의 남자분들은 대개 무언가를 계승시키거나 물려주어 잇는 것에 애를 쓰십니다.
모든 정리를 하신 이유를 여쭤봐도 될까요?"
그분은 전재산을 말그대로 잘게 바수어서 무기명으로 기부처리하셨다.
"그건...다른 사람을 내 편리한 쪽으로 쓰고 싶지 않아서 그랬네.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사람들이 알아서 할 몫이고 권리가 있지."
"......"
"곧 죽을 노인이 재산이네 물건이네 물려준다고 하면 가진 것이 부족한 젊은이들은 거절할 수가 없어.
그런데 젊은이들이 정작 그걸 자신이 원하는 가치를 향해 쓰기는 힘들어. 물려준 사람의 의중이 그 돈을 다 쓸 때까지 따라다녀. 세상에 공짜는 없으니까."
"네......"
"정직한 이유도 있어. 나는 내 죽음을 받아들이고 싶었어.
내가 죽으면 나와 관련한 모든 것이 끝난다는 걸 인정하고 가고 싶어."
"받아들이셨어요? 인정을, 하셨어요?"
"노력하고 있다네. 자네도 알잖아, 노력하면 이룬 거야. 사람은 그 정도면 되는 거야.
난 죽을 때까지 노력할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