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프랜차이즈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게 느꼈다면 기분입니다.
“간단했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그래? 부동산값이 올랐어?”
M의 근황은 알고 있었다. 유명 프랜차이즈 가게를 몇개나 두고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고 들었다. 그는 학창시절에도 분명하고 명석한 성격이었다. 사업도 인생도 얼버무리지 않고 똑 부러지게 열심히 했겠지, 나는 그렇게 예상했어서 오랜만에 만난 M이 의아하고 낯설었다. 그는 예전에 없던 어두운 눈매와 체념어린 미소를 짓고 의자 안에 파묻혀 앉아 있다. 커피를 마실 때나 물을 마실 때나 표정이 같다. 활기까지는 아니어도 똑똑한 사람이 풍기는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가 손목에 매단 에르메스 주황색 가죽 시계만 크레파스 바른 듯 돋보였다. 친근함을 노력하며 빠르게 묻는 내 말 어디에 그가 고민해야 할 지점이라도 있는지 오랜만에 만난 동창은 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가 어깨를 튼 자세 그대로 대꾸했다.
“아니. 이젠 부동산으로 버는 세상이 아니야.”
“그럼 장사가 잘 됐나. 인복이 따랐어? 좋은 직원들이,”
“가게로 돈버는 세상은 이미 끝났고.”
“…….”
당혹해하는 내게 그는 미안했는 지 다정한 목소리로 설명을 한다.
“프랜차이즈가 100개가 될 때까지 본사는 물량공급도 해주고 홍보도 성실해. 진입할 때 제일 광고도 열심히 하지. 하지만 벌고 싶다면 경영진 초심이 살아있고 사람들이 호기심 느끼는 때에 빠져 나와야 해. 50개가 넘어갈 즈음 내 가게를 다음 바보에게 넘기는 거지.”
“권리금?”
“뭐 요즘은 다른 말 쓰지만 그런 거지.”
운영하는 가게가 열개가 넘어서자, 그는 대리인을 세우고 프랜차이즈 업체 초기시장에 진입한 후 홍보 효과가 올랐을 때 팔아치웠다고 했다. 그런 식으로 A브랜드, B브랜드, C……. 자산이 좀 커진 후에는 법인을 세워 움직이며 아예 자신을 지웠다고 했다.
“주어를 없애는 거지.”
“주어라니?”
“나쁜 일이니까 자책을 줄여야 할 수 있어. 나는 대리인을 시키고 대리인은 약관을 핑계대고 변호사를 쓰지. 법인이 되면 더 쉬워지지. 그런 상행위는 누구의 책임도 아니게 되는 거지. 장기말로 만드는 거야. 아까 네 말처럼 그 안에 직원이 있고말고까진 생각할 필요도 없어.”
“프랜차이즈 본사도 그래?”
“물론. 안전하기 위해 덧붙여 볼까, 대부분은 좋은 프랜차이즈라고?”
그애는 이름을 열거했다. 과연 한때 들어봤지만 어느새 간판이 자취를 감춘 브랜드들이었다. 범죄. 가게를 넘겨받으며 삶과 가족의 미래를 건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다. 폐업할 때 몸을 저미듯 절망했을 사람들이 거기 서 있었을 것이다. 이 사람은 그걸 생각해서 움직이고서는 마음 불편해지는 쪽을 아예 보지 않겠다고 선택한 것이다. 매끈하고 잔혹하구나. 내 음색이 건조하게 변했다.
“이런 얘길 나한테 왜 해?”
그애의 한쪽 뺨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볕을 받아 번들거리는 것이 보였다. 한숨을 쉬며 한가한 소리를 늘어놓는다.
“그냥. 저녁에 집에 갈 때 가끔 내 인생이 이렇게 이렇게 가는가 싶어.”
“원하는 모습 아니야?”
“부자가 됐지만 머리는 아프더라구. 그리고 가슴 어디가 무거워. 무거워지는데 방법이 없어.”
“…….”
“웃고는 살아. 세상에 웃긴 건 많고 거의 살 수 있거든. 즉각적이니까 어렵지 않지. 그런데 재미있게는 못 사는 거야. 재미는, 이해해야 되더라고. 이해하려면…….”
“이해하려면 감수성이 움직여야겠지.”
“그거야. 그러자면 뭔가 내 뒤꿈치를 잡고 있는 것을 느껴. 아니 그것부터 느껴져.”
“애초에 한발이라도, 시작하는 게 아니었던 거겠지.”
나는 직구를 던져 보았다. 어차피 곧 일어나 다시는 만나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는 내 안에도 있는 음침한 이기심을 끌어내 실현한 구체적 인간이었다. 보고 있기가 괴로웠다. 그는 이제 창밖이 아니라 발 아래를 보며 대꾸가 없다.
“M아. 야단맞고 싶어서 얘기한 것 같은데, 나한테 얘기하고 가벼워지려 하지 말고 달라졌으면 좋겠어.”
“…….”
“그게 가장 힘들겠지만.”
“왜 무거워지는 지 알았어.”
“…….”
“날 용서할 수가 없는데 다르게 살 자신도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