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감했다. 하필이면 묘사를 지내야 하는 날을 착각한 것이었다. 평년에 의하면 11월 셋째 주쯤이었다. 그런데 음력으로 시월에 지내는 묘사의 규칙이 첫 주는 종갓집에서 대소 간 모두 모여서 지내고 이후 세부적으로 내려온다고 말이다.
당연히 셋째 주인 줄 알고 있다가 둘째 주가 되고 보니 해설사 일을 대체해줄 선생님을 찾지 못한 채 날이 부득부득 다가왔다
11월임에도 날씨가 좋아서였는지 다들 일정이 있다고 했다.
묘사는 남자들이 차리고 나누기에 평소 제사보다는 그다지 할 일이 없다고는 하나 그래도 명색이 맏며느리인지라 큰집 사촌들까지 한자리에 모이기에 국이라도 끓여서 밥상을 차려야 한다. 하지만 전날마저 비우지 못해 동동대다가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우선 장보기는 어머님과 남편에게 맡겼다. 게다가 돼지고기 삶는 것도 남편이 삶겠다고 손을 들었다. 실제는 시동생이 행동으로 옮겼지만 말이다. 대신 당일 먹을 소고깃국은 전날 저녁에 미리 끓여 두기로 했다. 또 산에 가지고 갈 음식 중에서도 어럽게 느껴지는 떡 쌓기와 그릇 챙기는것은 아침 일찍 내려가서 하면 될 것 같았다.
그렇게 계획을 잡고서 미적대는 대신 적극적으로 할 마음먹었다.
내가 할 몫을 해놓고 집을 나선 사이 동서들이 와서 전을 부치고 나물반찬까지 해가면서 밥상을 차리고 치웠단다.
마침 사촌 동서들에게도 미리 통보 하긴 했는데 막상 오니 부엌일 거들기보다 묘사 지낼 때 손이 아쉽다고 해서 산으로 곧장 올라갔단다.
그 며칠 전부터 마치 내가 없음 아무것도 안될 듯이 조바심치시던 어머님을 무색게 할 정도로 묘사는 무사히 치러진 것이다. 덕분에 난 모두가 다 떠난 뒤에 도착해서 뒷정리를 하고 따신 국에 밥을 말아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