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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면
눈 온 아침
by
하리
Dec 29. 2022
출근 두 시간 전, 느지막이 눈이 뜨였건만 밖을 보니 온통 눈으로 쌓였다. 금세 마음이 바빠졌다.
평소의 가방 대신 도시락까지 챙겨서
등에
매야했다.
고양이 세수로 대충 씻고 간단 화장을 했다.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먹느라 한 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안내소
도착 예정 한 시간 전에야 나름 완전무장을 한채 집을 나섰다.
겨울용 신발에다 목도리와 장갑. 모자를 쓰고도 모자 달린 외투를 입었다
.
바람은 불어도 가방을 등에 메었으니 다행히 손이 자유로워서
연신 모자를 잡아야 했다.
하지만
이내 손발가락이 시려오다 조금씩 통증이 오기 시작했다.
그래도 걷다 보면 풀리겠거니 하며 속도를 냈다.
애초에 신발이 좀 작았으나 차로 움직일 때는 느끼지 못하던 것이었다. 그런데 눈길은 바깥 찬 기온으로 인해 수축작용까지 보태었던 것이다.
그런 불편함을 품은 채 삼십여분 쯤 걸었은까? 마을 어귀를 지나 장미꽃 터널입구까지 갔다. 그제야 모처럼만의 눈길을 걸으며 짜증만 내는 게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람은 불지만 눈을 들어 좌우로
봤다.
그러다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눈길을 아침 일찍 걷는 게 얼마만인가 생각하다가 지금을 즐겨야겠다 싶었다.
여전히 손발가락은 불편했지만 마음은 아니었다. 콧노래를 부르며 걷다 보니 어느새 읍내가 보였다.
늦으면 어떠라? 눈 때문에 차가 움직이지 않을 수도 있을 거야 하는 마음으로 도착한
버스정류장에는 다행히 차가 있었다. 그 버스는 지각이긴 하나 안내소까지 나를 태워줄 것이었다. 기다리는 동안 간식용 빵까지 사는 여유를 부리며 버스를 탔다.
버스바깥으로 새하얀 눈으로 쌓인 들판과 희끗한 산과 집과 나무들이 보였다. 차를 몰고 다닐 때는 시간에 쫓기어 가며 달리느라 보이지 않던 풍경들이었다.
천천히 좀은 더디게 달리는 버스 안에서 연신 콧노래를 불렀다. 비록 아픈 손발가락을 주무른다고 점점 더 바빠지고 있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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