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산 노래 들얘기 7
또 다른 사월
by
하리
Apr 8. 2023
아래로
사월이라지만 윤 2월 날씨는 새침데기 아씨 같다고나 할까? 밤낮기온 차이가 심한 데다 바람마저 변덕스레
불 때가
많다.
안내소 창밖으로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부지런히 걷고 있다. 그 모습을 보다가 나도 안내소입구를 들락거리며 걷는 시늉을 했다.
사람들이 오가는 그 너머로 마을 뒷산이 보이고 오솔길도 보이는 듯하다.
그마저도 이내 싫증이 나서 의자에 앉아서 핸드폰을 만지다가 작년 이맘때쯤 쓴 글을 보게 되었다.
그러구러 또 한 해를 살아 낸 것이다. 코로나가 겁이 나서 움직임이 불안하던 차에 흙을 좀 더 만질 기회가 많았던 때가 불과 일 년 전이었다는 것을 말이다.
막내를 시작으로 식구들이 연이어 코로나에 감염되어 격리되었던 지난해의 그 4월이 마치 아무 일 없었던 듯 사람들 발걸음보다 바람보다 먼저 와서 연신 추억을 흩뿌리고 있다.
그
와중에도 논둑에는 쑥은 쑥쑥 올라오고 마당가에 오종종 제비꽃이 모여서 핀다. 게다가 눈을 들어 마을 주변 산들을 보노라면 나뭇잎들은 날마다 누군가 덧칠하듯 조금씩 달라져간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하던
논밭을
바야흐로
제대로 관리할 때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겨우내 어찌나 가물었든지 기계가 지나간 자리의 흙이 가루분처럼 포슬하다. 그곳에다 며칠 전 감자를 심었다고 해서 내심 당황했었다. 다행히 심고 난 뒤에라도 봄비가 촉촉이 와서 천만다행이다.
출입구 말고는 바깥이 보이지 않던 안내소의 벽을 허문 자리에 놓인 통유리로 산과 들은 온통 살아 숨 쉬는 나무와 사람과 풀들과 달리는 차로 인해 생기가 난다.
누군가 4월을 잔인한 달이라 하였다던가?
그 말을 나름 곱씹어가며 달리
해석해 본다.
추위에 얼어 죽을 법한 것을 이겨내고서 기를 쓰며 싹 틔우고
자라길 애쓰는 여린 나뭇잎을 응원하기보다 질투하는 그런
표현이
아닐까?
그러면 지금껏 마음 저 깊은 곳의 본성은 약하고 소심하며 숨기 좋아하던 나는 이제부터라도
잔인하라. 그렇게 외치고 싶은 4월이다.
keyword
바람
봄
산책
6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하리
소속
문화관광해설사
직업
작가지망생
오 ~래 작가를 꿈꾸며 다양한 경험하다!! 다른 사람이나 지나온 지역역사를 해설하다가 드디어 나란 사람을 해설하고 싶어졌어요! .
팔로워
18
제안하기
팔로우
작가의 이전글
양보, 그 후 1
산노래 들얘기 8
작가의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