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기를 선택한 이후그 하나만으로도 아이들 마음안정에 도움이 되었던지 아이들 시험 성적이 부쩍 올라갔다. 무척 행복했다. 그랬건만 그 기분 좋음이 내 몸 안의 장기들 진정에는 큰 역할을 했으나 치유와 연결되지는 못했다.
소화 불량과 잦은 설사는 멈추지 않았다. 약국에서 사야 하는 유산균과 마트에서의 유산균 음료 등을 챙겨 먹어도 그때뿐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쉼터에서 만난 분들로부터 효소효능에 대해 들을 기회가 있었다. 그중에서도 장을 다스리는 데는 야생복숭아 효소가 좋다는 말을 들었다.
처음에는 그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었다. 하지만 그마저 먹어보려 해도 갑자기 어디서 그걸 구하느냐가 더 큰 고민이었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체온을 올리기 위해 친정집 근처에 있는 족욕센터를 다니다가 담근 지 몇 년 되었다는 원액을 구 할 수 있었다.
그간 먹었던 다른 보조식품보다는 효과가 나았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자 약발이 떨어져 갔다. 저체온에 가까운 내 몸 안의 찬기운을 몰아내기는 역부족이었던지 또다시 설사를 하기 시작했다. 덩달아 기운이 없고 몸무게가 줄었으며 자다가 벌떡 일어나기를 습관처럼 했다. 평소 일상생활을 소화하는 것이 버거워서실망이거듭되던 중에 제사가 닥쳤다..
어머님과 동서들 사이에서 무얼 조금만 해도 이내 지쳤지만 한 공간에서 같이 있다는 것만도 내 몫을 죰 하는 것 같아 위안을 받는 수준이었다.
동서들과 같이 전울 부치고 나물 장만한 뒤 저녁밥을 안치려고 광에 갔다. 쌀을 푸다가 광 구석에 엉겨 있는 거미줄 뭉치를 봤다. 모양새를 보니 상당히 오랫동안 방치된 거 같았다.
아무리 바빠도 명절 앞이나 제사 때는 온 집을 대청소하는 어머님 성품에 거미줄을 엉키도록 두었다니 뭐지? 싶었다. 무심코 안을 들여다보니 희뿌연 거미줄더미 속에 녹슨 뚜껑이 덮인 커피병이 보였다. 손으로 들자 흔들리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희미하게나마 개복숭아'이라고 적혀 있었다. 게다가 연도는 족히 십 년은 되었었다. 가슴이 뭉클하고 울컥했다.
'살겠구나!'
그냥 마음속으로 '네'했을 뿐인데 몇 달을 노력해도 허사였던 장 안정에 도움이 될지 모를 재료를 집안에서 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효과는 내게 정말 좋았다.
이후 약 3년간 아껴가면서 2차로 재발효해서 섭취하다 보니 애초에 타고난 약한 위와 장을 안정시키는데 엄청난 효과를 발휘했다. 그 반통 남짓의 개복숭아 효소를 먹으면서 조금씩 일상생활을 해 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