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아나 정말 어쩌다가 환갑이 된 며느리가 어디 가는 것이 그리 불안하실까? 아니 ,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미덥지 못하게 보이도록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큰딸이 여름휴가 희망지 숙소에 당첨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 해도 시큰둥했다. 저희들은 미리 가고 난 혼자 후발로 오든지 말든지하는 투였다. 아니 , 차로 가는 것도 아닌 데다 한 번도 혼자 나서 본 적 없는 비행장을 물어물어 가야 한다는 게 달갑지가 않았다. 차를 지하철 주차장에 세워놓고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가슴이 답답해왔다. 그래서 너네들끼리 갔다 오니라 하며 호기롭게 넘겼다.
그때만 해도 속마음은 이랬다. "내는 쫌 더 기다렸다가 친구들과 해외 갈 거다.'
작년부터 친구들과 준비한 여행이 있었다. 그런데 그중 한 명이 일이 생기자 계획 자체를 백지로 돌리고는 인근 휴양지에 가서 하룻밤 지내기로 결정이 나버렸다.
상심도 잠시 급히 딸들의 휴가일정과 내 일정을 비교해 보았다. 다행히 주말합류는 가능했다. 그렇게 부랴부랴 예약한 것이었다.
막상 비행기표는 사 두었건만 날이 다가오다 장마철이라 하루가 멀다 하고 비가 전국에 쏟아붓고 있어 뉴스는 비피해가 많다 하니 갈까 말까 갈핀 했다.
그래도 틈틈 혼자 어떻게 공항에 도착할까 하는 마음이 생길 때마다 딸에게 알아봐 달라며 문자로 묻곤 했다..
처음 도착한 답은 시외버스로 출발해서 시내버스로 가는 방법인데 공항 근처까지 간다는 것이었다.
하루하루 내 일정소화시키기도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휴가날짜가 코앞까지 다가오는데 주야장천 전국은 비가 쏟아졌다. 비 오는데 무슨 휴가냐 싶을 때 딸이 다시 보내준 내용은 비록 지하철을 갈아타기는 해도 공항 가까이 내린다는 것이다.
틈틈 보면서 마음으로 방법을 익히고 있었다. 하루 전 혼자 집에서 지낼 남편을 위해 반찬이라도 해놔야 하는데 마음만 조급할 뿐 몸상태가 쾌적하지 못했다.
집을 떠나 멀리 가는 것보다 우선 당장의 하루일과를 어떻게 마무리할까 싶어 살짝 답답했다. 싸야 할 가방도 찾아두지 못한 채 마당을 서성이다가 텃밭으로 가서 고추를 따고 있자니 먼저 도착해서 휴가 중인 딸로부터 전화가 걸려온다.
" 엄마 별로 안 싸와도 돼, 먹을 거 꼭 싸 오고 싶음 밥 한 끼 먹을 정도만 해와. 대부분 사 먹을 거야"
그래서 밭을 가던 발걸음을 돌리고 정말 아침 한 끼 정도 해결할 양의 쌀과 국물 약간 끓일 정도의 야채를 썰어서 쌌다. 혹시나 하고 넣은 비옷 때문에 부피가 많아 들고 다니기는 불편해서 등에 매는 가방에 옮겨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