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을 톺아봐 6

장마철인데?

by 하리

텃밭에 손을 넣고 마음까지 보탠 지 몇 년 째다. 농부의 아내가 당연한 걸 새삼스레 말하느냐 할 수도 있는 타이밍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소득작물을 키워야 했다. 이후 몇 년간은 가정경제상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투병생활에 돌입하다 보니 밭까지 돌볼 힘이 없었다. 한마디로 거의 최근까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자투리 땅까지 열심 돌본 분은 어머님이셨다. 그러던 어머님께서 허리가 불편해서 시술을 받은 뒤부터 조금씩 밭작물은 터가 줄어들어 갔다.

땅이 있어도 심어야 먹을게 나오지란 말은 진실이다. 번번 이맘때쯤 마트에 가서 가지와 오이에다 양배추를 곁들어서 사다 나르곤 했었다. 그러다 조금씩 힘이 날 때쯤 코로나가 번진 뒤에야 이동에 재약이 걸리자 그제야 밭 돌봄에 마음이 간 거였다. 그나마도 어설픈 초보라 실패의 연속이었다.


첫해는 심는다고 용만 썼지 입에 들어간 게 하나도 없이 장마철이 되었었다. 그다음 해는 키울 때는 물도 주고 자주 들여다본 결과 고추는 따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가지나 오이는 열매 달 겨를도 없이 버티다가 마르거나 썩곤 했다. 그에 반해 주변에서 난 풀은 어찌나 잘 자라는지 이내 풀밭이 되어버렸었다.

그렇게 봄에 뭔가 심을 때는 밭인가 하다 풀에 지곤 한지도 5년쯤 지나 작년에 울타리치고 호스로 물을 주먼서부터 드디어 고추는 물론 가지와 오이도 한동안 따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직물들은 장마철부터 목숨만 겨우 유지한 채 풀들에게 치여서 명을 다했다.


' 있겠다 거름 좋겠다 손만 넣으면 되는 그걸 못해 번번 먹을 거 없다고 징징대냐?' 친정모친의 그 말씀에 내내 고개를 숙이곤 했다. 그런 다년간의 망설임과 눈치 끝에 시도한 텃밭 가꾸기건만 번번 뜻대로 안 되니 그만 포기하고픈 마음도 없잖아 있었다.

요령이나 끈기도 없는 데다 올해는 격일로 문화관광 해설사활동을 재개한 터라 짬도 별로 없었다. 게다가 추위가 길어서 채 치우지 못한 울타리 속은 그야말로 앙상한 고춧대만 흉물스레 존재감을 드러내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감자를 심기 위해 밭장만 하던 남편 손에 의해 텃밭자리가 말끔해졌다.

묵묵히 일하는 남편이 그때만큼 고마운 적이 없었다. 이번에는 이내 치우지 않았다는 잔소리는 좀 들었지만 말끔해진 밭을 보니 또다시 마음이 동했다.

그러나 심술궂은 날씨는 좀처럼 풀리지 않아서 감자싹도 보이지 않으니 노지에 무얼 심는다는 건 그냥 심는 놀이 일 뿐이었다. 비닐을 깔고도 한 달 넘게 기다려서 고추모종을 했건만 간신히 버티고 있어 다른 작물을 심기에는 또다시 기다려야 했다.

그리다가 모내기가 끝나갈 무렵쯤 이러다가 채소 한 포기 구경 못하고 말 것 같은 생각이 들자 마음이 바빠졌다. 모종 상에 가서 오이와 가지등 모종을 고르면서 배추와 열무씨앗도 샀다.

고라니에게 맛난 군것질로 주기 싫어서 달밤에 나가서 울타리를 쳤다.

다행히 정말 다행스럽게 단 한 포기의 유실도 없이 모종은 잘도 자라주었고 배추도 쏙쏙 싹이 나서 겉절이를 해 먹을 수 있었다. 뭐든지 다 좋을 수는 없는 법, 열무는 발아되었나 하고 눈인사만 건네고 말았다.

그 빈터에다 추가로 쑥갓과 양배추와 수박모종을 사다 심었다. 작은 텃밭에 가짓수만 18가지였다. 빈틈없이 다 심고 나서 어찌나 기분이 좋은지 잠을 설칠 지경이었다.

게다가 올해는 내가 모종을 하그 나면 다음날 어김없이 비가 왔다. 그다음에도 물 줄 때 되었겠다 싶으면 비가 왔다. 그것도 적당히 오니까 호스를 깔지 않고도 열매를 따 먹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장마가 시작된 것이다.


무려 7년 만에 처음으로 내가 심고 가꾼 텃밭에서 수박을 땄다. 딸 때가 되었는지 어떤지도 모른 채 덩굴이 썩어서 어쩔 수 없이 땄건만 손가락으로 두드려보니 통통 소리가 났다.

혹시나 하고 짜개보니 어라? 속이 벌겋게 익었다. 맛은 약간 단 듯도 한 물보다는 먹을만한 정도지만 한마디로 기쁨을 제대로 만끽한 수확물이었다.

장마가 어느 정도 물러가면 가을무와 배추등을 심을 작정이다. 물론 그 위로 한동안 계속 호박덩굴이 장악할 테지만 텃밭 생각만 하면 웃음 짓게 되는 신나고 즐거운 노동이다. 가끔 단 몇 개라도 직접 키운 것을 나눌 때의 기쁨은 그야말로 뿌듯함 그 자체다.


텃밭?, 계속 톺아 볼 일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