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말했어요. 나랑 지금보다 더 자주 맑은 공기와 시간과 느낌을 공유하고 싶데요. "
아들이 몇 달 전 눈에 드는 아가씨가 있다더니 뭐야? 그새 좀 더 달달하고 싶다는 거야? 잠시라도 떨어져 있는 시간이 아깝고 간절하다는 거지? 온통 꽃향기에 취해서 마치 구름 속에 떠 있는 것 같은 그런 날들을 한동안 더 누려보라고 은근슬쩍 권했는데 말이다. 이건 뭐 조속한 시일 내로 두 손 꼭 잡고 웨딩을 울리고 싶다는 말 아닌가! 그럼 뭐 결혼한 이후에도 마냥 달콤 쌉쌀한 초콜릿 같고 행복하기만 할 것 같은 기대감에 부푼 그런 발상 아닌가?
아니, 아니다. 어쩌면 섣부른 나의 해석일지도 모른다. 처음에 받은 그 느낌처럼 아들은 이번에도 엉거주춤? 넌지시 말했다. 하긴 두 번째는 처음보다는 좀 더 모양새를 갖춘 말을 던지긴 했다.
" 공부해야 하잖아?, 잘 얘기해 봐!"
서툰 준비로 한 나의 결혼 시작을 생각하면 아찔할 일이다. 그래서 삼십 년 넘게 결혼해서 살아본 나는 적어도 내 아이들에게 만은 결혼 전 뭔가 제대로 준비할 시간을 가져보도록 권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한지 몇 달도 채 되지 않았는데 말이다. 한마디로 '난감이로소이다' 하기에는 뭔가 많은 오류가 있다. 아들은 이미 자기 패턴에 맞는 -적어도 현재 까지는 - 일을 찾아서 하고 있다. 또한 자기 수입에 맞는 지출하기 수습 기간을 넘어서고 있기는 한 것 같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 말을 듣는 그 순간에 내게는 아무런 수용자세나 대처 방안도 없이 치고 들어온 말이긴 했다.
이전 군대 복무를 갓 마친 아들의 입에서 나온 말인 즉, ' 엄마, 난 취직하면 곧장 바로 결혼할 거야.' 였었지 않은가? 그런데 제 말대로 아들은 졸업과 동시에 아니지, 졸업식 이전에 벌써 일터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러니 평소 아무렇게나 내뱉지 않은 성격인 아들의 말은 시간이 지날수록 내 머리에서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울림이 커져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