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편 5

차라리 도끼를 들라

by 하리

낯선 기억 저편의 그 사내

툭, 불거졌다


입춘을 머리에 이고 선채

못다 뱉어낸 가시 같은

딱히 궁금할 것도 없는 소식들을

표정 살펴가며 쏟아냈어


바람은 눈치껏 잠잠

가야산마저 딴청 부리는데

매화꽃망울

온몸을 휘감고 묻는다


언제쯤이면 환호할 수 있을까요


빛바랜 토막 기억들

뭉툭 잘린 옆구리로도

다시 싹 틀까

여전한 겨울이라고 우긴다니


먼 산 아지랑이 하늘거릴 즈음에야

백매원* 부산하건 말건

옛 선비처럼

차라리 도끼를 들라


* 성주 출신 한강 정구선생과 매화: 설중매를 보겠다고 회연서원 뜰에 심은 매화가 늦게 핀다며 제자들이 도끼를 들어 찍었다는 이야기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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