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었다 질 때면
바람결에
흔들리는 건 나무가 아니라 그날인 것을
그날은 들뜨고 설레어서
이마에 손 얹고도 어찔어찔했다지
아주까리기름 발라 쪽진 가르마가 선명한 할머니
날 데리고 친정 근처로
꽃나들이 갔었지
처음 본 별천지 세상에 놀라 그만
돌아올 때 기억 없어도
그 걸음 새삼 떠오네
예서재서 꽃 핀다지만
쑥 버무려 덩더꿍 한 소쿠리 머리에 이고
약감주와 동동주
기름진 화전으로
가슴까지 몽글하던
그날만 하랴
저 벚나무 때늦은 몇 송이에
허기지는 줄 모르고
무심타
시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