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야 비로소 시 11

벚꽃이 피었다 질 때면

by 하리

바람결에

흔들리는 건 나무가 아니라 그날인 것을

그날은 들뜨고 설레어서

이마에 손 얹고도 어찔어찔했다지



아주까리기름 발라 쪽진 가르마가 선명한 할머니

날 데리고 친정 근처로

꽃나들이 갔었지

처음 본 별천지 세상에 놀라 그만

돌아올 때 기억 없어도

그 걸음 새삼 떠오네


예서재서 꽃 핀다지만

쑥 버무려 덩더꿍 한 소쿠리 머리에 이고

약감주와 동동주

기름진 화전으로

가슴까지 몽글하던

그날만 하랴


저 벚나무 때늦은 몇 송이에

허기지는 줄 모르고

무심타

시절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