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쭉 아니길
바랬다. 내심으로, 그런데 담당 의사는 진단서로 인정했건만 보험 회사는 진단비를 줄 수가 없단다. 조직 검사지나 치료 중인 확인 서류가 없어서라고 말한다.
"그래요. 뭐 15년 살았는데 더 살아 보지요."
하고 끊었다.
손해 사정사다. 몇 년 전에도 직접 찾아와서 왜 수술하지 않으냐고 묻긴 했다. 그런데 이번엔 전화 한 통으로 끝낼 모양이다.
주치의가 국가 의료 혜택을 받으라고 중증환자 등록을 하니 진료비는 당장에 환급되는데 다달이 꼬박꼬박 넣은 사보험 회사는 인정을 하지 못하겠다는데 어쩔 거냐?
"수술이 필요합니다." 애매한 진단서 내용이긴 했다.
'크기가 커서 당장에 수술해도 될까 말까 한 상태로 5년을 지켜본 바 반드시 수술요법이 절실하나 환자의 거부로 지내오다 그냥 ct판독만으로도 암이 확실합니다.
차후 항암을 시행할지라도 생검은 피를 타고 전이될 확률이 높아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 환자의 경우, 수술하게 되면 신부전으로 인해 투석과 주변조직을 통해 전이될 확률이 높아 수술도 우려가 많습니다.
환자가 어떤 처치를 하는지는 몰라도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최선이긴 합니다만, 어느 순간에 어이 될지 , 또 어느 것이 정답일지 참 난감한 케이스입니다.'
뭐 이렇게 써 놓았어도 보험사정사로선 '조직검사지를 제출하세요.'
또는 '항암 시작 후에 차후 요구하세요.' 할 것 같다.
하긴 한 번의 진단금을 진작에 받겠노라고 수술과 동시에 다 써버린 뒤에 재발이 된 상태라면 지금의 내가 있을까?
또 중간에 내편에서 보험사정사에게 위탁해 받았더라면 수수료 떼고 어쩌고 하다 남은 금액으로 지금까지 살긴 했을까?
이미 받을 혜택을 다 누리고도 남을 때이지만 재발이나 전이가 일어나지 않을 확률은 얼마였을까?
그 사이 몇 년간 많진 않지만 내 힘으로 직접 벌어서 꼬박꼬박 보험금을 넣었다. 그리고 마치 아무 일 없는 듯 일상생활을 했다. 피곤하면 쉬고 가고 싶으면 나서고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며, 신앙생활도 유지했다.
지난 몇 달간 말짱해지지 않는 목소리에 내심 불안했다. 어쩌면 이번 정기검진 때는 수술조차 거부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믈 스믈 올라왔다. 그럴 때면 그 생각에서 벗어나기 위해 밤중에 깨어나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기도는 잠깐하고 텔레비전을 켜 둔 채 잠들었다.
그런 날들이 쌓이자 불안은 부피를 더하고 풍선바람 빼듯 반대로 긍정적이려고 애쓰니 어느 순간부터 입맛이 떨어지고 있었다.
어쩌면 추운 날씨가 나를 자꾸 집밖으로 내몬 것이 도움이 되었을 것도 같다. 어쨌거나 집을 나서면 걷기도 하고 사람들과 만날 기회도 있으니 그날만큼은 쉽게 잠들었다.
'그래, 예약된 검진 때까지만 버텨보자.'
그다음 기도로 힘을 얻자. 이번에야말로 좀 더 냉정해지자. 수술할 수만 있다면 고려해 보자.'
그렇게 4개월을 채울 무렵 병원을 갔으며 의사는 만 5년 만에 완치가 아닌 찐 암이란 진단을 내리고 허탈하게 웃었다.
"이번에도 수술 거부할 거지요?"
그런데 내 입에서 날짜는 받고 싶단 말에 당황해했다.
"워낙에 사이즈가 커서 그다음 진행도 고려 하셔야 하는 데도요?"
이대화를 만약에 정말 5년 전에 했더라면 그래서 어떤 형태로든 병원의 처방을 따랐다면 그간의 내 삶의 질은 어땠을까?
지금도 삼시새끼해결하는 것이 삶의 최고 목표요, 최선이며 더 이상의 에너지를 쓰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대가를 지불하고 (한마디로 쩐이 없어 유지 곤란 상태가 일찍 올 가능성 매우 높음.)
삶을 유지할 힘없어 마음이 먼저 피폐할 것 같은데 말이다.
각설하고 ,
상당히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아서 어떻게 위급할 때 유용하게 쓰겠다고 알토란 같이 애들 용돈도 줄여가며 유지해 온 보험이 무용지물처럼 느껴진단 말인가!
그래서 뭐 더 버티면 다른 혜택이나 있냐 말이다. 한 번으로 진단금은 다일텐데,
운 없게도 큰 회사라 믿고 계약한 내가 잘못인 건지 , 아예 걸리지 않고 끝까지 꼬박꼬박 내기만 하고 낸 원금의 일부만 받아가는 고급의 기여고객이 아니라 가끔 살아있다고 툭툭 건드리는 건지에 대해 심히 불편하다는 표시만 했다.
어떡하느냐고, 지내실만하냐고 묻지도 않았다. 정말 성질대로 하면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다달이 십 년 넘게 보험을 청구했어야 옳았나?
지금 나름 봉사 같은 일을 해도 요양병원에 입원해서 병원비 청구하면 외려 더 남을지도 모를 보험을 두고 단 한 번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가족이 잘해 주어서도 아니요, 힘이 나서도 아니며 오로지 자유로운 발걸음과 신앙생활을 누리는 데 있었음을 누가 아랴?
규칙적인 생활이나 맨발 걷기가 효과가 있든지 ,
하늘로부터 기적이 오든지
우야든동 내내 보험금 수령 어쩌고는 옆구리 결려가며 고민 않고
지금보다 더 잘 살았으면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