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야 비로소 시 15

바리케이드 서녘빛에 풀곤

by 하리

빈 화면에 소리 없이 나타난

팔짱 낀 사내

뒷모습만으로

기도 자락이

흔들린다


침묵의 바리케이드 친

둘레를 뚜벅뚜벅

호기심 촘촘히

남기며 떠난 뒤에

방전이 된

감정 배터리

충전코드 감추며

간신히 한숨 돌리는데


뭐든 남기는 건 질색이라며

너덜 해진 바리케이드

서녘빛에 풀곤

힐끗 눈길 추스려

유유히 떠나는 그 사내


사정없이 단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