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 말해 뭐 해.
"집 근처에 요양할 만한 데 있는지요?.."
"자차로 가도 한 시간은 걸릴걸?"
십여 년쯤, 지인으로부터 추천받은 그곳이 궁금하여 남편에게 한번 가보자고 했건만 눈도 꿈쩍 않고 지나왔다. 게다가 좀 더 알아보니 돈이 제법 들어간단다. 문제는 한 달 내내 바쁘게 뛰어도 빠듯한 주머니 사정이라 엄두도 못 냈다. 그러구러 엎치락뒤치락 버티다 후회 없도록 한번 해보자 싶어 용기를 내어 성탄절 날 미사를 마치자마자 차를 몰았다.
안내하는 간호사와 함께 돌아본 여러 방 중에 다인실에 도착하자, ( 물론 경비문제가 잣 십여 년쯤이었다. 대였음.) 큰 창 앞으로 산이 병풍처럼 둘러서 있는 읍내전경이 환히 보여서 맘에 들었다.
"우와! 좋아요. 이방에서 지내고 싶어요."
보자마자 그렇게 정했지만 입원 전 간호사로부터 몇 번이나 들어올 사람이 있단 전화가 오기에 살짝 불안할 때도 있었다. 지금 침대에서 고개만 살짝 돌려면 창너머 바로 보이는 것은 수채화같이 울멍 줄 멍한 산아래 집들이다. 길에는 차들이 오가고 드물게 사람도 보인다.
8층 끝방이라 베란다로 나가면 떠오르는 아침 해가 장관이다. 처음엔 산 위로 구름이 모이면서 서서히 물 들어가는 감홍시처럼 빼꼼하게 얼굴을 내밀다 서서히 밀감색에서 계란 노른자같이 옅어지면서 산 위로 쓰윽 올라오는 것을 한눈에 볼 수 있다. 밤은 밤대로 장난이 아니다. 오가는 차량 불빛에다 냇가 산책로가 밝게 늘어져 있어 그림 같다.
공기는 또 어떤가? 처음 호텔로 지은 건물을 리모델링하였다더니 계곡 입구에 자리 잡고 있어 청정함에 대해 두말하면 잔소리다. 창으로 보이는 쪽이 밝고 따스해 보이니 아침이나 한낮은 얼른 그 빛을 향해 나서고픈 충동이 생긴다. 가끔은 바람이 불어 제쳐도 환한 볕의 유혹은 이기지 못할 정도로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그리하여 하루하루 지낼수록 정말 선택을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따뜻하게 입고 산책하거나 산을 오르는 것이 어쩌면 추운 바닷가보다 나을 것 같았던 내 촉이 맞았다. 아침 햇살을 함빡 품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산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올라가고픈 의욕이 생기고 있으니 말이다.
요즘 남녀노소 불문하고 집을 살 때는 물론 하룻밤을 자고 갈지라도 "뷰"에 대해 언급하는 판이다. 그러니 병실 침대에서 살짝 얼굴을 돌리기만 해도 커다란 창은 끄떡없는 산 사이로 간간 차들이 살아있는 그림처럼 움직이고 있으니 "뷰, 말해 뭐 해?"다.
한마디로 쉬러 왔다 해도 무방한 곳에서 나는 지금 치병을 제대로 차근차근 진행할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