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자는 코로나로 인해서였나? 할 수 있겠지만 아니다. 나를 멈추게 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건강문제 때문이었다.
서리를 맞고도 고운 자태로 겨울을 버티는 딸기입니다.
첫 진단 후 십여 년 넘게 달고산 신장안의 종양이 종종 버티기 어렵다고 삐걱대고 있었다. 목소리까지 잠기자 일주일을 빼곡하게 채우던 일과 사람들을 만나던 계획표를 찢어버려야 했다. 대신에
백지 같은 날들과 마주 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그만 나의 생활리듬이 느슨해지고 있었다. 급기야 남편의 작업시간 이후에야 마주할 수 있는 밥상마저 시쳇말로 아점인 브런치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날들이
달을 넘어 계절이 바뀔 무렵 그 브런치란 단어를 되새김질할 기회가 주어졌다.
모처럼 같이 해설 활동하던 선생님과 만나서 대화를 하던 중에 글쓰기 '브런치'에 대해 듣게 되었다.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각자 경험한 이야기들을 써 내려가고 있어 읽을 것이 많고 내용도 알차다고 알려주었다.
그제야 알게 된 브런치였으나, 그러고도 몇 달이 지나서야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회원 가입을 했다. 그때부터 읽기 시작한 글은 올라올 때마다 작가들의 이력이 각양각색이었다.
한마디로 내 손 안에서 간접적인 경험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그런 코너였다. 어떤 글은 짧고 또 어떤 글을 길어도 재미났다. 그냥 심심하면 열어보고 읽어 내려갔다. 그러기를 또 몇 달이 흘렀다.
종종 첫 장에 올라오는 광고가 있었다. 자세히 보니 벌써 아홉 번째라고 하면서 직접 책으로 만들어서 일반 서점에 진열되어 판매도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눈이 번쩍 뜨였다. 핸드폰으로 올린 글들이 책이 된다는 말은 정말 솔깃한 유혹이었다.
하지만 내겐 근래 쓴 것이라곤 수필 몇 편이 전부였다. 게다가 그간 읽은 글들은 사진도 예쁘고 좋았는데 나는 해 본 적이 없는 것들이라 망설여졌다. 대신 올라오는 글을 보고 또 봤다.
그냥 손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열고 읽다 보니 즐거웠다. 그 마음의 변화로 인해 몸도 미약하게나마 좋아지고 있었다. 물론 먹는 것과 걷기 등의 노력도 하긴 했지만 말이다.
마감 일주일 전이었다. 마치 학교 다닐 때 꼭 내야 하는 리포트처럼 그 광고가 눈에 거슬렸다.
자다가 벌떡 일어나 '작가 신청' 란을 클릭했다. 그다음 주어지는 빈칸을 하나 둘 이어갔다. 그런데 글을 올려야 하는 부분에서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핸드폰에 저장된 글이 없었던 것이다.
단 한 편의 글도 없이 신청해 놓고 사흘을 기다리자 작가 탈락이란 메일이 도착했다. 혹시나 했기에 좀은 서운했다.
주말이라 집에 온 딸아이에게 상황을 이야기하니 글도 없이 신청하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며 컴퓨터로 해보라고 했다.
그제야 저장된 수필을 찾아서 가까스로 올렸다. 이번엔 기간이 짧아서 기대를 반 접었건만 작가가 되었다는 메일을 받았다. 눈물이 나도록 기뻤다.
브런치 작가란 언덕을겨우 오르고 나니 이제는 책을 만들어야 하는 엄청나게 높은 산이 눈앞에 마주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브런치 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 마감일은 사흘뿐이었다.
하지만 그냥 넘기기엔 너무 아쉽고 안타까웠다. 할까 말까 갈등할
겨를도 없었다. 마감전까지의 짧은 시간이 외려 나를 자극한 셈이 되었다. 컴퓨터를 열었다.
쓸 시간이 없으니 있는 글이라도 찾아야 했다. 간신히 골라서 순서를 정하는 것도 일이지만 무엇보다 그 글을 복사해서 올려야 했다. 그런데 그 작업이 내겐 쉽지가 않았다. 어떻게 복사가 되었나 하고 보면 사라지고 없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간신히 한편이 올려졌다. 어깨가 으슥할 정도로 기뻤다. 그 기쁨도 잠시였다. 그다음 편이 또 말썽이었다.
이미 깔려있는 프로그램인데도 처음 하는 일이라 진땀을 뺐다. 정말 가까스로 제시된 편수를 넘겼다.
마무리 단계인 표지마저 난감했다. 할 줄을 모르니 컴퓨터에는 내가 찍은 사진이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하는 수없이 작년에 마을 안에서 같이 수업했던 걸 홍보물로 썼던 게 있기에 사용했다.
단 며칠 만에 얼결에 나도 글을 책으로 묶어낸 작가가 된 것이다.
그때 이후로 부지런히 브런치를 열었다. 이제는 남의 글이 아니라 내 글을 얼마나 읽어 주느냐에 관심이 더 갔다.
이전에 어떤 작가는 리스 킷 숫자가 몇 백에서 천 단위를 넘었다는 즐거운 비명의 글도 보았었다. 하지만 내 글은 아무런 표시가 없었다. 서운 했다. 그래도 틈틈 새로운 글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런 어느 날이었다. 처음 리스 킷 했다는 알림 소리가 맑은 종소리처럼 들렸다. 그때부터 나도 모르는 몇 분들이 내 글을 읽고 좋다는 표시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글을 올린 뒤에 오는 그 반응이 좋아서 더 쓰고 싶어졌다. 평소보다 글쓰기에 집중했다. 글을 쓰는 동안은 시간이 잘도 흘러간다. 그 시간만큼은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가슴이 벅찬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너무나도 어설픈 도전이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재미가 났다. 올리다 보니 나름 계획도 선다.
한마디로 브런치와 만나면서 너무 즐거워졌다. 혼자 하는 작업이지만 글을 올리고 난 뒤에 누가 읽어주느냐 기다리는 순간들이 있어 절대 혼자가 아닌 것이다. 일기 쓰듯 해보고 싶어졌다.
나는 앞으로 어떤 작가의 글 앞에서 궁금증이 풀리고 모르는 것을 알아가며 가슴이 떨릴지 기대된다
그에 덧붙여서 나 역시도 무엇을 써서 브런치에 올릴까 말까 갈등하며 즐거운 비명을 지르게 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