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톺아봐6

마당 잔치 이야기

by 하리

어버날에다 사월초파일까지 겹친

연휴를 맞아 직장과 학교에 가 있던 아이들이 모였다. 잔디가 다 자란 것은 아니지만 이산 저산 아카시아가 지천으로 피어 항수 뿌린듯하고 마당가에는 붓꽃에다 작약까지 피어난 바야흐로 봄의 절정을 치닫고 있는 때다.

모처럼만에 아이들과 밤이 이슥하도록 마당에서 고기를 구워 먹었다. 마침. 벌통을 보러 오신 아버님과 어머님까지 합세하셨다. 그렇게 둘러앉아서 그간 직장에서 학교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느라 고기 굽던 바비큐 용기가 다 식도록 둘러 않아 수다를 떨었다.

일요일은 마침 친정 막내 삼촌 칠순 모임이 있었다. 옛날 같으면 동네잔치를 열 법도 한데 가족끼리 호텔 식당에서 식사자리를 갖는 거로 대신한 것이었다.


세월을 거슬러서 몇십 년 전만 해도 시골은 결혼식과 장례식 등 대부분의 잔치는 집안 마당에서 치러졌었다.

할아버지께서 지은 친정집에서 처음으로 잔치는 고모의 결혼잔치였었다.

마당 한가운데에 잔치상을 차리고 고운 한복에다 족두리를 쓴 고모와 새신랑인 고모부께서 서로 맞절을 하면서 결혼식이 있었다. 축하해주러 온 손님들을 위해 마련된 음식들은 외양간 앞에다 왕겨 속에 단지를 묻어놓고 서서히 태워가며 따뜻하게 보관한 감주가 있었고 맞은편에는 막걸리 단지가 몇이나 놓였었다. 외양간 위 다락 칸에는 각종 맛난 음식이 올려져 있어서 접시에 담겨서 내려왔다. 여러 가지 부침개 종류와 묵과 두부에다 양이 적긴 해도 삶은 고기에다 잡채도 내려왔다. 그 일은 잔치가 끝나고 음식이 떨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다음 무엇보다 행복했던 잔치는 할아버지 칠순이었었다.

그날은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서 여러 가지 음식을 동네 사람들과 나눠먹기도 했지만 가장 고운 옷을 입고 마당에서 병풍을 치고 사진을 찍었었다.

징과 꽹과리 소리도 잠깐 들렸으며 가족 들은 노래도 불렀었다.

삼월삼짇날이니 봄꽃들이 막 피어나던 때라 사람들 얼굴도 환한 꽃들이었었다.

멍석을 깔고 마당 여기저기에다 작은 상이 오가던 그때가 정말 그리울 뿐이다.

이후 점점 마당잔치가 줄어 들어갔다. 나의 결혼부터 식장으로 장소가 바뀌었으며

친정엄마의 칠순도 잔치 장소는 마당을 벗어났던 것이다.


세월이 흘러서 우리 집 아이들도 어느새 점점 혼기로 접어들고 있다. 결혼 생각이 없다는 말을 종종 하지만 만약에 잔치를 치른다면 그 장소로 마당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혼자서 가만히 해본다.

그런 꿈이라도 갖고 실현 가능성을 올리려면 더 많은 시간을 마당에서 놀고 가꿔야 한다는 숙제가 생긴다. 물론 지금의 앞마당으로는 자리가 부족하니 새마당을 더 가꿔야 할판이지만 전혀 불가능할 것 같진 았다는 생각이 불쑥 든다.

아니 딱히 잔치를 할 목적이 아니라도

점점 마당에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철마다 온갖 꽃들이 피어나면 그저 지나가는 마을 사람을 불러들여 차라도 한잔 같이 마실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갖기만 해도 좋으리라.

그 생각만 해도 마당을 더 자주 톺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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