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의 종교가 다르면 생기는 일 3

어쩌다 중립

by 하리

세상사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으렷다.

각자 뜻대로 잘 안 풀리고 꼬이기만 하다 툭 끊어질 판이 뒤집어지는 기회가 왔다. 종교 갈등으로 가장 미움받던 내 몸에는 언제부턴가 이상 세포가 자라서 목숨줄을 쥐락펴락 할판이었다.

그제야 님편으로부터 공식적인 종교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것도 일주일에 세 번 정도는 가도 좋다는 것이었다.

이후 비록 몸은 힘도 없고 휘청대었으나 다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주일미사에다 주중 기도모임과 어르신 신앙 학교 봉사자로 활동했다.

또한 이웃 동네와 함께하는 소공동체 단체장도 맡았다.


그때쯤 우리 가족의 주요 과제는 누가 어느 종교단체에 더 집중하고 어디로 따라가느냐보다 각자에게 다가온 긴박한 상황에서 빨리 벗어나는 것이 더 주요했다.

한동안 뜸했던 가족 나들이를 다시 회복하기로 했다.

마음과 몸의 건강 회복차 시도했던 가족 등산에 좀 더 집중했다. 힘이 달리는 나는 어쩌다 따라나섰지만 다른 가족은 매주 공적 행사가 되어갔다.

한마디로 종교 갈등의 중립화 때가 온 것이었다. 가족들은 산을 가는 길에 좋은 곳에 터 잡은 절을 종종 기웃대고 있었고 나는 나름 열심히 나의 신앙생활에의 회복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 사이에서 아이들은 절을 가면 제 아빠 따라 절을 했고 성당을 가면 고백성사를 보고 성체를 모셨다.

한마디로 한 집에 종교활동 두 개의 다른 바퀴가 균형 맞추기 하는 데 있어 그 사이에서 아이들만 더 바빠져 가고 눈치를 잘 봐야 했다. 그나마 격렬하게 냉랭하던 때보다는 지낼만했다.

그렇게 낮은 절로 저녁에는 성당으로 가는 게 일상화되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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