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의 종교가 다르면 생기는 일 4

제사보다 젯밥?

by 하리

점점 몸상태가 나빠져갔다. 그러자 모든 일에서 손을 뗀 뒤에 병원 신세 안 지고 살다가 좋아지면 천운이고 그렇지 않다 해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하고 쉬는 중이었다.

날마다 쏘다니다가 진종일 집안에만 머물기가 쉽지는 않았다. 간간 마당에 나서서 산책하다 마음 내키면 풀을 조금씩 뽑던 날들이 한두 달 지나니 살아있음을 느낄 겨를이 별로 없이 하루해가 뜨고 지곤 했다.


엎친데 겹친 격으로 코로나 미접종자로 분리가 되어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자 하는 수 없이 가족 절 투어에 합류할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한마디로 한 주일의 유일한 나들이 겸 가족 야유회에서 빠지니까 소외감은 물론이요. 함께 가지 않는 날일수록 오가다가 먹었다는 밥도 맛있단 말에 은근 약이 올랐다. 게다가 절 주변 경치는 물론 유적지가 있어 좋더란 얘기까지 애들로부터 듣자니 더 했다.


그렇다고 집에 있으면서 기도를 열심히 한다거나 집안일에 열중하지도 않는 것이었다. 혼자 남아서 몇 주간은 그런대로 잘 지나갔다. 방송 미사를 드린 후에 영화를 시리즈별로 보기 시작했다. 그것도 점점 시들해졌다.

그때쯤 생각했다. 아무래도 집안 식구들과 남편의 마음을 쉬 돌이키기는 어려울 것이니 또다시 우회 작전을 써야 했다. 하여 평소 아침에 일어나면 성당식 기도를 한 시간 정도 하는 데다 일요일은 방송미사까지 드린 뒤에 가족 절 투어에 합류하기로 했다.

물론 종교의식이나 절은 할 마음 없이 절 안팎의 문화재 구경과 주변 경치를 본 후에 가족이 함께 하는 외식을 하고 오는 것에 더 점수를 매겼다. 외식이라야 반점에 가서 면 종류를 먹거나 국밥 정도지만 그것이 유일한 가족 행사니 나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매주 일요일마다 가족 절 투어에 정식으로 합류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그날만은 남편이 모는 차에 얹혀서 오가다 점심을 먹는다. 요리하지 않고 설거지할 걱정 없이 한 끼 해결하고 오는 길에 가끔 온천욕까지 덤으로 한다.

한마디로 제사보다 젯밥에 더 흑심을 품고 따라가는 것이건만 가끔 남편의 목소리에 흥이 들어가는 걸 듣노라면 내심 살짝 미안할 때가 있다. 그러나 난 최대한 양보하고 적응하는 편이라며 위안을 한다.

그럼 남편은 나를 따라 성당 간 적 있느냐?

물론 있긴 하다. 딱 한번

남편은 나와 결혼하기 위해 미사에 간 것이 전부다. 그러니 뭐라 할 것인가? 내가 젯밥에 더 관심 있건 어쨌건 말이다. 아무튼 그 이후로는 망설이지 않고 따라나서기에 집안에 종교가 둘인 것으로 더 이상 신경전을 벌이는 횟수는 거의 없다시피 한다. 물론 하느님께서 더 오래 기다리며 용서하고 사랑하니 언제 가는? 이란 또 다른 흑심을 가린 채 일요일마다 즐거운 가족 나들이가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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