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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톺아봐2

꽃보다 자신감?

by 하리


장마라더니 비는 안 오고 덥기만 하다 지나가 버렸다.

어쩌다 소낙비라도 내린 다음날에는 풀이 밤 새 한 뼘씩 자랐으며 뿌리는 어디까지 뻗칠 작정인지 알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온 힘으로 용써가며 뽑았지만 돌아서면 밭은 점점 풀숲으로 변하고 있았다.


어떻게든 꽃밭을 만들어 보겠노라고 풀 뽑고 물 주기를 며칠하고 나니 몸에 과부하가 걸렸는지 하혈도 했었다.

그래도 또다시 밭으로 향했다. 아니 그러지 않으면 풀밭이 문제가 될 상황이 생겼다. 물론 풀이 자꾸 자라니 신경도 쓰이고 보기도 싫었다.

무엇보다 향후 마을 전체를 발전 대상으로 목표를 정하고 준비 중인 농촌체험 관광마을의 현장답사를 언제 올 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었다.

점점 작업시간이 연장되는가 싶더니 욕심이 나기 시작했다. 풀이 뽑힌 자리만큼 땀을 흘렸건만 어느 순간부터 나도 몰래 예상치 않았던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어쩌면 덥다고 또는 힘들다며 이런저런 핑계로 에어컨 바람에 온몸 맡기고 지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었다..

그 첫째가 기상시간이 가벼워져갔다.

두 번째로 평소 땀을 약간만 흘려도 종일 맥을 못 추던 것이 온몸이 젖을 정도로 땀 흘리는 채질로 바뀌고 있었다.

세 번째가 일단 움직이고 나니 어떤 반찬이든 밥을 잘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네 번째가 늘 잡념으로 뒤죽박죽이든 마음이 풀 뽑는 그 시간에는 오로지 한 가지로 집중되면서 점점 가벼워져 갔다.

다섯 번째로 일을 하고 나며 오는 뿌듯함과 더불어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것은 몸에 이상세포가 자라기 시작한 지 십 년 넘어 무척 오랜만에 느껴보는 귀한 감정이었다.


그랬다. 돌아서면 또다시 풀밭으로 변할지라도 가장 중요한 자신감이란 씨앗을 싹 틔운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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