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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을 톺아봐3
처삼촌 벌초하듯
by
하리
Aug 28.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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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의 늦장마 덕분에 습도가 높아서 더 무덥게 느껴졌다. 한동안 낑낑대며 뽑아준 노력도 간곳없이 텃밭의 풀들은 제멋대로 우거져갔다.
보이지도 않는 씨앗은 어디에 있다가 저리 야무지게 싹트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제풀에 지친다는 말이 있다. 다 뽑았으니 좀 쉬어가도 되겠지 하며 한숨 쉴 그즈음에 집과 마을 안에서는 예상외의
일들이 자꾸 생겨서 나름 바쁘기도 했었다. 드문드문 피기 시작하던 꽃들을 덮어가며 기승을 부리는 풀들로 인해 벌써 지쳐가고
있었다.
어느 날 시장에서 낫을 히나 샀다..
일반 낫과 달리 풀 뽑는데도 쓰임이 좋다고 해서 자세히 보니 날이 잔잔한 톱니였다. 처음 몇 포기 뽑다가 진척이
별로
없어서 풀 허리를 한 줌씩 잡고 베기 시작했다.
애초에는 밭에 발 들여놓을 틈도 없이 풀들이 빼곡해서 잠깐만 해보자는 심산이었는데 옷차림도 그렇고 마음의 준비도 없었는데도 톱니 날을 가진 낫은 기대 이상이었다. 얼결에 한참을 작업하고 나서 뒤돌아 보니 간간 꽃들이 보였다.
그랬다. 하긴 해야겠는데 요령도 없지요, 힘이 없어 대충 베어낸 모습은 누가 봐도 웃고픈 모양새였다
.
불쑥 '처삼촌 벌초하듯'이란 말이 순간 떠올라서 혼자 웃었다.
그나마 풀 씨앗이 맺기 전에 다 베어 내면 내년에는 좀 수월하게 더 많은 꽃을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언제나 늦은 때는 없는 것 같다. 단 시작은 하지 않고 지례 포기하는 것이 더 큰 문제임을 새삼스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
처삼촌 벌초하듯' 이란 말도 낫을 들고 실행을 해야만 들을 수 있는 말이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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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래 작가를 꿈꾸며 다양한 경험하다!! 다른 사람이나 지나온 지역역사를 해설하다가 드디어 나란 사람을 해설하고 싶어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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