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날
어둑해진 하늘에는 군데군데 푸르스름하고 불그스름한 얼룩이 져 있고 잔뜩 찌푸린 얼굴을 하던 어린애가 울음을 울듯이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부슬부슬 소리 없는 비가, 마치 그녀의 눈에서 떨어져 볼을 타고 흐르던 눈물방울처럼.
나는 커다란 창이 있는 카페에 앉아서 그런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고 또 바라봤다.
카페 안에서는 영화의 배경음마냥 피아노 연주가 낮고 조용하게 깔린다. 커피잔 안 라테의 우유거품은 밸런스가 좋아서 몽글몽글 커피색과 잘 어울리며 부드럽게 흔들린다. 이 순간엔 시간이 이대로 멈춰도 좋겠다. 마냥 그런 기분이 든다.
멍 때리는 잠깐의 시간이 그녀를 불렀다.
또 그녀는 놀이터 시소옆의 그네에 한쪽 다리를 올리고 앉아 담배를 피우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피던 담배를 비벼 끄고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리는 말없이 놀이터를 한 바퀴, 두 바퀴쯤 돌았다. 살짝 한숨을 쉬던 그녀가 바닥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렇게 한쪽 귀퉁이에 쭈그리고 앉아 머리를 두 손으로 감싸 쥔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그녀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일들을 견뎌 온 것일까.
먼저 침묵을 깬 것은 그녀였다.
“… 나였어야 했는데…..”
“… 아냐, 내가 그 상황에서 뭘 어떡해, 내가 뭘 알았던 것도 아니잖아…!”
“………..”
이야기는 대략 이러했다.
그녀는 오래 사귄 남자친구와 여러 번 다시 만났다가 헤어지기를 반복했다고 했다. 진부한 이야기지만, 네 번째쯤 헤어졌을 때, 이번을 끝으로 다시는 보지 않기를 합의했다는 것이다. 그러고서 1년쯤 후에, 뜬금없이 전화가 와서는 렌터카를 빌려 동해에 바다를 보러 가자는 얘기를 했어서, 첫 번 째는 거절 했고, 두 번 째는 가겠다고 말을 했지만 이 얘기를 알게 된 엄마가 새벽부터 그녀의 배낭을 깔고 앉아서 무조건 안된다고 나를 밟고 갈 테냐! 를 시전 하셨고, 그럴 수 없었던 그녀는 그와 만나기로 한 그 시각을 넘겨버렸다는.
그래서 결국은 약속장소에 나가지 않았고, 지금 이 자리에 나와 함께 있는 거라는.
그녀의 엄마는 그녀를 필사적으로 말렸다는 것이다. 꿈자리가 너무 사납고 뒤숭숭하니 이번 한 주동안이라도 집에서 멀리 나가 돌아다니지 말고 물 근처엔 특히 얼씬도 하지 말고 제발 제발 에미 말 귓등으로 듣지 말라고.
그녀는 너무 어리고 젊고, 호기심이 넘쳤고, 감정적 업다운의 편차가 상당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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