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의 소녀

내가 만났던 그 여자

by 야식공룡



그녀는 나보다 두 살 혹은 세 살 위였다. 히피펌을 허리 근처까지 길게 늘어뜨리고 입술과 코에 피어싱을 했던 흔적이 남아있었으며, 자유분방하고 매력적이고 또, 잃고 싶지 않았던.

아무도 없는 놀이터 시소 옆에서, 혹은 밤골목 전신주 아래 길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담배연기를 내뿜을 때면, 눈꺼풀이 거의 다 내려가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도드라져 보였다.

가운데 아래쪽 앞니가 약간 벌어져서 웃을 때 언뜻언뜻 비쳤지만, 그 정도야 거슬리지 않을 만큼 개성과 매력이 뚜렷한 사람.

그녀는 소리를 내어 웃지 않았다. 미소가 아름답긴 했지만 그뿐이었다.

그런 그녀가 소리를 낼 때도 있었는데.


(휴대폰 연결음)

…….

“.. 여보세요? “

”………“

”….. 울어…? “

”… 나…. 집….(훌쩍)…. “

(.. 와달란 말이구나…)

”좀만 기다려, 5분 있다 나갈게. “

”……(훌쩍)…“


어느 날 아침에 전화를 받고 그녀의 집에 갔더니 이불을 뒤집어쓴 채 울고 있었다. 그녀는 아침에 눈을 뜨면 우울하다고 했었다. 우울하다고.

그녀는 나이에 비해 너무 성숙했고, 나는 너무 미숙하고 어렸다. 그녀를 볼 때마다 항상 의아했던 것은 어떻게 그렇게 우는 얼굴이 예쁠까 하는 것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줄 결코 몰랐을 그녀는 신기가 다 떨어진 엄마를( -무당이었던) 사랑하고 또, 지긋지긋해했다. 그녀의 엄마를 보고 나서 나는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다.

웃을 때 눈이 다 감기는 눈과 작은 얼굴과 한 줌밖에 안 되는 허리, 피아니스트처럼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 그녀의 모습을 물려준 것은 바로 그녀의 엄마이고, 그녀의 설명하기 힘든 근원적인 슬픔을 물려준 것도 또한 모친이라는 사실을.


왼쪽 손에 펜을 쥐고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라던가 크림치즈를 뜬 스푼을 왼쪽 손 새끼손가락과 넷째 손가락 사이에 걸치고 먹는 것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모습이었던 것 같다. 지금은 세세한 표정이 기억나진 않지만, 팝음악을 좋아해서 목에 헤드셋이 종종 걸려있었다. 풍성하고 보글보글한 새까만 머리카락 사이사이로 슬쩍슬쩍 엿보이던 검은색 Sony 헤드셋이.


우리는 많은 대화를 나눈 사이는 아니었다. 만나면 좋았지만 그녀의 관심사와 내 관심사는 너무 달랐고, 취향도 패션감각도 좋아하는 음식까지, 거의 대부분을 공유할 수 없었다. 그리고 또, 거의 모든 측면에서 그녀는 나를 살금살금 매혹시켰다. 그때 당시에는 몰랐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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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