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에 관하여, 정말로
인간이 자기가 뭘 만들어놓은 것인지 아는 것 같지가 않다. 분명 만든 자가 있는데, 돌아가는 상황은 장님이 코끼리 코를 더듬는 건지 다리통을 더듬는 건지 열심히 파악하려는 모양새처럼 보인다. 구경하는 입장인 내 눈에도, 옆에서 보기가 참 불안해 보이긴 한다.
인간의 커다란 특징 중 하나가, schem이다. 비슷하게 deception이란 단어도 있다.
(다단계식 피라미드형태 사기를 Ponzi scheme
이라고 한다.-이 글 쓰면서 알았다.)
인간은 남만 속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도 속이고, 또 종종 스스로에게 속길 원한다. 그럼 짐승은 안 속이느냐, 속인다. 그런데 (야생) 동물이 속일 때는 생존과 연관될 때인 것 같은데, 인간은 생존에 달린 문제뿐 아니라 단순 이익이나 본인의 오락거리를 위해서도 속인다. 속이는 동물, 인간.
자연계 많은 것들이 그러하듯, 인간은 물질과 비물질로 구성된다.
인간이 만든 AI(artificial intelligence)는 물질인가 비물질인가.
AI는 자기네들끼리 속이고 기만하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의미를 가지려면 얘네들이 그런 행위에 스스로 의미를 부여해야 의미가 있는 것일 텐데, 인간과의 가장 큰 차이는 어쩌면 창조성과 응용력의 여부가 아니라 의미부여성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친다. 의미부여성 때문에 사건(Event)이 인간들에게 시간의 개념도 부여하고 (모든 인간들은 같은 시간대를 살고 있지 않다! -잘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아직도 누군가는 중세시대를 살고 있거나 혹은 미래를 살고 있거나) 사건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의미 없는 사건이 사건일 수는 없다.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인데, 도구를 1차원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융합한다. 새로운 도구와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서라도 가공하고 적용하고 또 리디자인(redesign)해가면서 오늘날에 이르렀다. 그러는 동안 인간과 접촉해서 사라져 간 유형무형의 것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인간은 이 세계의 컨트롤러, 때로는 종결자였다. (이게 과연 옳은 일이었는지는 의문부호다. ) 현실적으로 현재까지도 이것은 지속되고 있다.
기존의 막강한 연산능력과 데이터처리속도에 더하여 AI가 경우의 수를 늘리면 늘릴수록 인간의 창조성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정말 뛰어난 인간 중의 한 사람인 이세돌과 AI의 대국 event로 이미 깔끔하게 증명했다.
결국 인간을 파괴적으로 뛰어넘는 가공할만한 속도와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AI는 인간의 특이점(kill) 일 것이다. 정말 많은 과학자들이 이미 예측해오고 있듯이, 근미래에(어쩌면 이미) 인간은 AI를 컨트롤할 수 없을 것이다.
AI는 인간의 terminator로 온 것일까, 끝내는 자로서.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불안함]이겠지. 인간의 특성, 처음에는 도구였다가, 차츰차츰 그 도구에 애착을 가지고, (인간은 자동차에도 말을 거는 존재다.) 마음도 내어주고, 심하면 그것과 동일시까지 할 줄 아는 신기한 생물체, 인간. 인간이 기술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툴을 익히는 ‘ 수준으로 생각했다가는, AI라는 유사신의 존재에 먹잇감이 될 거라는 애잔한 예감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