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
갑자기 휴대폰에 문제가 생겨서 Apple Store (애플스토어) 명동점에 방문했다. 예약도 미처 하지 못하고 충전기도 챙기지 못하고, 항상 챙겨야지 하고 생각하던 미니패드는 머릿속에서 날려버린 채로. 테크니션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갖고 간 작은 책을 손에 쥐고 머릿속을 완전히 Off.
스토어 내부는 쾌적하다. 어떤 불편한 기류도 느껴지지 않았다. 커다랗게 건물을 둘러싼 투명 통창은 바깥의 추운 날씨를 가늠할 수 없게 한다. 사람들은 출근을 하건 외출을 하건 바깥에 나섰을 때 느낀 추위를 금방 잊는다. 일상은 무료하게 흘러간다. 활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바깥의 빛바랜 겨울공기를 촉촉하게 윤색한다. 한 공간 안에 이 많은 이들이 각자 자기만의 세상 안에 갇혀 있다. 이 공간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겠지. 다만 입밖에 내지 않을 뿐. 다른 곳으로 영영 떠난 이가 가상으로 부여한 환상적인(…) 공간.
주변이 환기되면 웬만큼 생생한 고통도 살짝 잊을 수 있다. 그 순간만큼은.
테크니션은 친절하고, 편안한 상담을 이끌며 다음번 예약에 대한 불안감을 낮추어 주었다. 사실상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친절했다.
볼일을 마치고 장소가 바뀌어 내가 있는 공간은 동네 편의점이다.
친절하고 다정한 동네 편의점 사장님은 특별히 나한테 친절하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아무래도 전혀 돈이 안 되는 손님한테 거의 갈 때마다 내어주는 공짜 커피에 있다. 새우유를 직접 따서 데우고 에스프레소를 추출해서 섞어주고는 맛이 없어(?) 돈을 받지 않으신다니. 나는 표현할 수 없는 깊은 감사로 맛있게 커피를 마신다. 나는 편의점 사장님과 그분이 다른 손님을 응대하는 사이사이로 그분의 관심사인 옆동네 재건축 이슈와 함께, 동네 디저트카페를 거쳐 거대자본을 위시한 프랜차이즈표가 된, 앞으로 인기가 저물어갈 것이 불 보듯 뻔한 두쫀쿠(두바이 쫀득 쿠키)의 행방에 대한 심심한 위로를 나누었다.
오늘 Apple Store에 다녀왔다. 죽은 자가 산 자를 지배하는 공간은, 포근한 온기가 느껴지지 않는 기묘한 공기로 데워져 있다. 딱 견딜만한 온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