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너머 숨겨져 있는 뭔가

포착과 착상. 착상과 포착

by 겨울햇살

'아저씨는 갈고리를 뺐다. 그러자 손이 나왔다. 그리고 그 손으로 담배를 피웠다.'


어린 시절 동네에는 기다란 두루마리 화장지와 실타래를 가지고 다니면서 팔던 아저씨가 있었다. 아저씨가 입고 있는 작업복의 한쪽 팔에는 손 대신 쇠로 된 갈고리가 삐죽 나와 있었다. 집집마다 들러서 물건을 팔았는데, 어머니는 가끔 돈을 내고 사셨다.


어느 날 나는 밖에서 놀다가 난간에 걸터앉아 있는 그 아저씨를 발견했다. 나는 멀리서 아저씨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저씨가 갈고리를 뺐다. 그러자 손이 나왔다. 그리고 그 손으로 담배를 피웠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벌어졌다. 그때부터인가, 나는 무엇인가를 응시하면 비밀을 발견한다는 것을 알았다.


집에서 보았던 아저씨와 우연히 밖에서 보게 된 아저씨는 다른 사람 같았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나는 작업복 깊숙한 곳에 감춰진 손을 그 사람의 본질이라고 생각했다. 비밀은 보이지 않는 곳에 있었고, 나는 세상의 이면에 관심이 많았다. 나는 무엇인가가 이상하거나 묘한 느낌이 들 때가 많았는데, 이것을 뭐라고 해야 하는지 잘 몰랐다. 나중에서야 그것이 '포착'이라는 것을 알았다. '포착'은 창작의 재료가 된다.


나는 프랑스의 작가 마르셀 푸르스트의 대표작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보다가 화자가 무엇인가를 포착하는 순간이 나와 비슷하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책이 유명하다는 것은 알지만 방대한 분량에 읽을 엄두를 못 내었다. 그러다가 '그래픽 노블'이라는 만화로 출판된 책을 발견했고, 어떤 내용의 책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책 제목은 프랑스어로 <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인데, 'perdu'는 '잃다, 사라지다'의 뜻이고, 'temps'은 '시간', 'recherche'는 '찾다, 탐구하다, 연구하다'의 뜻이다.


화자는 글재주가 없어서 유명한 작가가 될 수 없을 것 같아 절망하고 있던 터였다. 그런데 산책을 하다가 무심코 인상적인 장면을 포착하게 되고, 거기에서 묘한 희열감을 느낀다.


"산책 중에 무심코 어느 집 지붕에 눈길이 가거나 바위 위로 가늘게 흔들리는 햇살을 보게 될 때, 혹은 은은한 향기가 나는 오솔길에 접어들 때, 나는 느닷없이 묘한 희열감에 사로잡히곤 했는데... 그것들은 나에게 마치 자기네 비밀을 캐 보라고 부추기는 듯이 보였다."

<출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저자 마르셀 프루스트. 번역 정재곤. 그림 스테판 외에. 출판 열화당. 68p>


만화에서는 화자가 느꼈던 인상을 '묘한 희열감'이라는 말로 번역했다. 책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원서로 보면 더욱 다채롭게 표현된 말을 볼 수 있는데, 'un plaisir particulier(특별한 기쁨)', 'un plaisir irraisonne (설명되지 않는 기쁨)', 'un plaisir speciale(특이한 기쁨)', 'un plaisir obscur(모호한 기쁨)'이다. 그는 자신의 눈에 보이는 것 이외에, 무엇인가가 저 너머에 숨겨져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반갑고 기쁜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나타냈다.

<출처: https://bibliothequenumerique.tv5monde.com/livre/139/A-la-recherche-du-temps-perdu.139p-141p>


이러한 묘한 느낌은 다시 반복된다. 어느 날 마차를 타고 가다가 마르탱빌 종탑에서 "지는 해를 이고 있는 종탑은, 마차가 요동을 치고 또 길이 이쪽저쪽으로 굽이칠 때마다 다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였다."라며 강렬한 인상을 받는다. 이 풍경은 화자의 마음 속 깊이 빠져들어 여러 가지 생각들을 떠오르게 하다가 문장으로 변한다. 마침내 어려워하던 글이 자동으로 써지고 있었다. 바로 창작의 시작이다. 화자는 철학적이고 어려운 주제로 글을 써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고 있었는데, 오히려 일상생활을 통해 가볍고 자유롭게 글쓰기의 소재를 발견하고 있었다.


무엇인가를 포착하는 일은 나에게도 특별하고, 설명할 수 없으며, 특이하고, 모호한 일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 기쁜 일만은 아니다. 나는 종종 사람들과 얘기할 때 눈에 들어오거나 귀에 들리거나 하는 것들이 있다. 사람들은 편안히 얘기하다가 어느 순간 '담배'를 피고 싶어 한다. 그러면 자기도 모르게 갈고리 손을 돌려 빼고, 진짜 손을 꺼낸다. 내가 보고 있는 것도 모르고. 상대가 담배를 피울 때, 내가 그 손에 대해서 얘기하면 이제 막 사우나를 끝낸 사람처럼 그들은 얼굴이 벌겋게 되어서, 부리나케 사라진다. 나에게 갈고리를 벗어던지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가끔 보고 싶지만. 내 휴지통에는 갈고리들이 많이 쌓여있다. 버릴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