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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락>

안부 묻기

by 이제어

연락,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는 건,

한 번 타이밍을 놓쳐버리면,

마음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때가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답장하지 못한 전화와 카톡이 있었다.

물론 꾸준히 연락하고 있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몇몇 사람들의 답장만은 피해왔다.

나를 항상 응원해 주는 존재들에게 답장을 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고,

미움이라는 감정보다는, 관계에서 오는 권태로움으로 답장을 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몇 평 남짓 안되는 마음의 집에

누군가를 들여 피곤하고 싶지 않았다.

잘 지내느냐는 말에,

잘 지내고 있는 않은데, 잘 지내고 있다고 말하는 것조차 부담감과 피로감을 느꼈다.

나를 걱정하고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겐,

내가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나름 잘 살고 있다고 선언하듯이 연락을 하고 싶었다.

내 나름의 미워할 이유가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쌓인 감정도 희미해졌지만, 연락이 오면 귀찮기도 했었다.

꽁꽁 얼어붙은 나의 마음에 볕이 들어 천천히 녹일 시간이 필요했다.

세상이 참 편해져, 번호를 외우고 있지 않아도,

엄지손가락으로 휴대폰을 몇 번 두들기면,

서로의 목소리를 듣고, 간단한 텍스트로 안부를 묻기도 한다.

수단도 참 많아졌다.

심지어 사람마다 선호하는 연락 수단도 다르다.

전화가 부담스러운 사람은 주로 카톡을 이용하고,

어떤 사람은 메시지의 답변을 기다리는 게 답답해 전화를 하기도 한다.

평상시 SNS를 공유하는 사람이라면,

실시간으로 올린 피드나 스토리를 보고,

DM을 보내면서 안부를 묻기도 한다.

연락의 빈도수가 애정함의 정도를 보여주는 기준은 절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연락이 쉬워지고, 수단이 많아진 만큼 서로에게 서운함을 느끼기도 한다.

그 사람의 생활 패턴을 알면 더 서운함은 배가 되기도 한다.

전화 한 통, 카톡이 그렇게 어렵냐.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상연이와 나는 매번 이런 식의 장난스러운 대화를 한다.

보고 싶다.

나도. 목소리 들으니깐 좋다.

그런데 왜 연락 안 했어. 서운하다.

너도 안 했잖아.

좀 바빴어...

인스타그램은 열심히 하던데?

우리 언제 봐?

봐야지... 나도 보고 싶다.

어떤 사람과의 카톡은 매년 어색해진다.

작년 마지막 카톡이 “이번 연도는 꼭 보자.”로 끝났었는데

올려다보니 재작년에는 “곧 보자!”

며칠 전에는 “새해 복 많이 받고, 설날에는 꼭 보자!“

이러다간 죽기 며칠 전,

우리의 마지막 카톡은 이렇게 끝날 수도 있다.

”이번 생에는 못 봤지만, 천국에선 꼭 보자!“

생각이 많아져,

긴 시간 답장하지 못한 문자가 있었다.

그 사람의 아침과 시작을 망칠까, 연락하지 못했고,

점심은 그대의 오후를 망칠까, 하지 못했다.

저녁엔 잠을 설칠까, 하지 못했던 연락이었다.

주말엔, 온전한 휴식의 시간을 망칠까, 답장하지 못했다.

그렇게 악순환처럼 반복되던,

하지 못했던 연락이 있었다.

결국은 서로의 오후를 망치기로 결심하고 답장을 보냈다.

어제는 두 사람에게 연락을 했다.

미뤄둔 얼굴들과 마주치기로 마음먹었다.

영희 누나와는 서로의 목소리를 들었고,

보경이는 서로의 텍스트로 오갔다.

보경이는 결혼한다고 연락이 왔었고, 답장하지 않았다.

영희 누나는 항상 응원한다고, 미역국은 먹었냐고 매년 연락이 왔었지만, 답장하지 않았었다.

미뤄뒀던 행동과 답장은 허무할 때가 있다.

나를 반겨줘야 할 의무가 없는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애써 환영해 주는 태도 때문이었을 것 이다.

미안하다고, 고맙다는 말을 반복했다.

저도 그대들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먼저 연락 주는, 용기 있는 사람들에게 항상 감사합니다.

별거 없는 이재오라는 사람에게 마음 써주셔서,

항상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을 갖습니다.

+

카페에서 책 읽고 있었는데

엄마한테 전화가 왔다.

이 밤중에 무슨 카페 가서 돈 쓰냐고 잔소리할 것 같아서.. 받지 않았다...

엄마 미안해... 내일 전화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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