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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 Jun 15. 2024

5.5 애증의 호주

많은 미국대기업에서 직원을 평가하는 방법은 보통 두 가지야.

1. 연말평가 - 지난 한 해의 실적으로만 평가를 하고 A사는 각 직급별로 순위를 매긴 후 순위에 따라 그해의 보너스 그리고 주식보너스의 양이 달라져.

2. Talent Designation - 이건 연말평가에 비해 그 개인의 잠재역량을 보는 식이야 좀 더 장기적으로. Top이면 보통 앞으로 5년 안에 두 단계 승진할만한 텔런트 High면 다음단계 승진준비된 텔런트 Maximize면 다음단계는 어렵고 현재에서 최대한 노력해 보기 등등..


따라서 드물기는 하지만 연말평가는 안 좋은데 Talent deisgnation은 Top을 받는 것도 가능해. 예를 들어 새로운 제품 런치를 아주 뛰어난 리더십으로 리드했지만 관련법이 바뀌며 제품런치가 완전 멈춘 경우… 물론 드물지..


호주를 오기 전의 나는 A회사 디렉터 중에서 연말평가 1위에 Talent Designation이 Top이었어. 회사 내에 많은 리더들이 밀어주고 있었고. 내가 해외사업부에서 일하고 싶다고 하니 많은 리더들이 왜 앞으로 길이 잘 닦여있는 US사업부를 마다하고 해외사업부를 가냐며 만류하는 분들이 종종 있었어. 나는 무엇에 홀린 듯 해외사업부만 고집하며 1년 반을 넘게 내부적으로 푸시하고 있었고.


호주자리에 합격했을 때 해외사업부의 총괄님도 나에게 이거는 현재 H 씨의 후계자 자리다라고 이야기했고 너무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마켓이기에 1년 정도 H에게 배우라고 했었지. 이제 1년이 지났고 이 임시상황이 끝나기를 기다렸어.


하지만 2020년 초.. 코로나사태가 터진 거야. 호주는 바로 국경을 봉쇄하고 심지어 자국민의 귀국도 막아버렸어. 회사도 비상상황에 모든 Global Mobility가 취소되어 버렸고 그 H씨도 추진하던 모든 게 멈춰버렸어. 결국 두 명의 CCO가 기약 없이 한 마켓에 남게 된 거지.


호주에서 5년 가까이 렌트를 살던 H 씨는 갑자기 집을 샀고 또 와이프는 비즈니스를 시작했어 그리고 호주 시민권도 취득했고.. 어느 날은 나를 부르더니 나보고 미국으로 가는 게 어떻겠냐고.. 너는 연줄도 있고 원래 미국에서 일했고 영주권도 있으니..


심한 배신감이 느껴졌어. 자기가 더 좋은 자리에 가기 위해서 윗사람들하고 이야기해서 후계자 자리다라고 만들고 이제는 자기 자리가 위험할 거 같으니 나보고 나가는 게 어떻냐고 하니. 나는 빅포 회계사라는 나름 좋은 커리어를 가진 와이프 커리어를 꼬아버리고 영어한마디도 못하는 딸까지 데리고 지구반바퀴를 돌아서 생판 올 일도 없던 호주에 왔는데. 공황장애까지 겪고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그래도 1년 반 여기에 적응하고 이제 막 아이디어들을 내놓으며 한참 열심히 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인데.


어차피 내가 돌아가고 싶다고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에 자리가 있어야 하고 리더들이 내 돈 많이 드는 해외이주를 또 허가해줘야 하는데. 아무래도 그동안 호주에 있으며 뉴욕본사의 인맥들을 자주 못 만나고 약간 out of sight out of mind를 느끼는 상황이었고. 어차피 결정권자는 뉴욕본사에 있는 리더들이니 이제부터는 H 씨와 나의 힘겨루기가 시작된 거야. 인맥, 비즈니스 결과 모든 걸로 겨루는 힘싸움.


이긴 사람은 남아서 오세아니아의 소비자 기업부문 모두의 CCO를 혼자 하는 거고. 진 사람은 호주에서 잘리던지 운 좋으면 미국으로 가는 거고.

바랑가루-Bring your child to work날을 맞아 딸과함께-내 오피스에서 함께 피자도 먹고 - 코로나 이후 띄어앉기 시행중인 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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