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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 May 31. 2024

1.2 유학 첫 60일

나에게 유학의 목적은 단순하게 스펙 쌓기였어.

한국에서 자란 나에게 서성한이라는 학력은 왠지 살짝 부족해 보였고 왠지 유학파에 좀 더 글로벌한 느낌 그리고 혹시 금융권이나 좀 더 핵심부서에 귀국하면 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생각.


첫 주에 과 한인학생회에서 환영회를 열었어. 난 딱 1년 학비랑 생활비만 들고 왔기에 선배들에게 어떻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봤지. 선배님들은 석사는 내 돈 내고 다니는 거라고 그러더라. 석사 때 학점 잘 따서 교수눈에 들고 박사 들어가며 눈에든 교수 Lab에 들어가서 Research Assistant를 하라는.


차도 없기에 대학원생들을 위한 기숙사에 살았지. 다행인 건 같은 과 인도친구들 2명이랑 같은 층이었던 거야. 친해지면서 알아보니 그 많은 인도 중국친구들은 다 장학금이 있는 거야. 미국대학에 얼마나 장학금 받을 수 있는 루트가 많은데 왜 자기돈 내냐고. 쩝 난 너무 영어도 안되고 (그때는 서브웨이 샌드위치에 인도친구들이 밥 먹으러 가자고 하는 게 젤 무서웠어. 빵선택부터 야채이름 하나도 모르는데 모 이렇게 물어보는 게 많은지) 이 친구들은 영어가 되니 학부생 TA 같은걸 하나 생각했지.


입학 후 한 달쯤 되었나 같은 층 인도친구가 양복을 입고 학교를 가는 거야. 어디가 물어보니 서머인턴 잡페어를 간데 나보고 넌 왜 안 가냐 하더군. 난 주위 한국인들에게 들어본 적도 없고 취업은 졸업한 6개월 전에나 알아보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었어. 그래도 같이 가면 선물을 많이 받는다길래 따라가 봤어.


학교 Student Union빌딩 주위로 각 회사들이 쫙 부스를 만들어놨더군. Ford, John Deer, Microsoft, Boeing 등등 말로만 듣던 큰 회사들이 와있고 양복을 입은 학생들이 줄을 서서 회사관계자들에게 자기를 어필하고 있었어. 우리 과 인도 친구들은 여기에 다 와있던 거 같아. 한국사람 중국사람은 한 명도 못 봤어. 난 양복도 없고 부스들 돌아다니며 회사기념품들을 주워오느라 신났었지 근데 점점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부러웠거든 친구들의 용기가.


다음날 다른 한국인 친구에게 양복을 빌리고 이력서를 잔뜩 들고 나도 줄을 서기 시작했어. 외국인에게 비자를 지원할 수도 있다는 표시가 있는 회사의 줄은 한 5배는 길었어. 오래 기다려 회사관계자를 만나면 이력서를 주고 1-2분 안에 자신을 어필해야 해 줄 서서 계속 외워온 것을 연습했지만 어버어버하며 말하는 나에게 관심을 주는 회사는 하나도 없었어. 게다가 그때는 스마트폰도 없었고 내가 줄 서있는 회사가 무슨 회사인지도 모른고 어떤 직무에 오프닝이 있는지도 모른 체 외국인 뽑는다니 그냥 줄 서서 만났으니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게 당연했기도 해.


그날 양복 입고 돌아다니는데 만난 한국선배들은 나에게 거긴 미국애들 가는데라고 왜 시간낭비하냐고 했어. 내 인도 친구들은 다 거기가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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