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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o May 31. 2024

2.2 Sr Associate

기업 부분팀은 3년 정도 된 나름 신생팀이야 상품자체도 시장에 나온 지 2년밖에 안된. 하지만 회사에서 미는 분야이기에 디렉터, 두 명의 시니어 매니저 (한 명은 승인전략 다른 한 명은 포트폴리오전략)가 이끄는 팀들이 있었지. 마케팅은 심지어 VP가 이끄는 부서가 있었고. 다들 의욕에 찬 젊은 에너지가 느껴지는..


하지만 팀에 조인한 지 2달 만에 그날이 왔어. 올초부터 연체율이 늘고 있었는데 리먼브라더스가 무너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온 거야. 벌써 16년이 지났는데 그때의 상황은 정말 어제처럼 기억이나 모든 연체율수치가 치솟기 시작하고 우리도 신규계좌를 승인하지 않거나 한도를 줄이는 방향으로 정말 바빠지기 시작했어. 그러다 거의 15% 정도의 대손상각률을 기록하기도 했어.


어느 날 출근을 했는데 팀원들을 한 명 한 명 방으로 부르더군 그리고 방에서 나온 동료들은 다들 박스 안에 자기 짐들을 넣기 시작했어 말로만 듣던 레이오프였던 거야. 나중엔 나도 불렀어. 정말 이제 끝인가 생각했는데 뜻밖에 나는 잘리지 않았어 심지어 이 소식을 전한 디렉터도 레이오프였는데. 알고 보니 마케팅부서도 모두 없어졌더군. 살아남았지만 하나도 기쁘지 않았어 며칠간 출근할 때도 집에 와서도 마음이 무거웠던 기억이야.


나는 혼자 남아서 기업부분 포트폴리오를 계속 모니터 하는 게 임무였어. 더 이상 신규계좌승인도 없으니 점점 스스로 작아지는 포트폴리오를 누군가는 모니터를 해야 하니 남겨준 거 같아. 이 정도 작은 일에 좀 더 몸값이 비싸거나 연차가 있는 사람을 쓸 수도 없으니 아마 내가 적격이었을 수도.


이제 팀장인 Sr Manager도 디렉터도 없고 난 직접 VP에게 보고하게 만들었지만 전에 팀장처럼 매주 만나서 일의 진척상황을 보고하는 것처럼 시간을 내어주지 않았어 겨우 한 달에 한번 30분 정도의 시간이 주어졌을 뿐.


다들 주위에서 다른 팀으로 옮기던지 아니면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어. 하지만 외노자로서 서브프라임사태에 외부에서 일을 찾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고 다른 팀으로 옮겨도 거기서 또 레이오프를 당할지 걱정이 되었어 사람들 모두 또 다음 레이오프 라운드가 올 거다 걱정하는 분위기였지. 내 생각엔 나를 이유가 있어서 살려줬는데 지금 자리에 있는 게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기왕 이렇게 된 거 한 달에 한번 있는 VP미팅 정말 잘 준비하고 매달 만드는 보고자료에 신경을 많이 쓰자고 생각했어.


매달 보고자료 만드는 것 말고는 아무런 프로젝트도 없었기고 일을 시키는 사람도 없었기에 혼자 맘대로 이런저런 프로젝트를 해봤어. 먼저 이 포트폴리오에서 어느 어카운트들이 수익을 주고 어느 어카운트는 정말 이별을 통보해도 전혀 아쉽지 않을 No Regret인지. 어느 정도의 대손상각률밑으로 유지해야 이 포트폴리오가 돈을 잃지 않을지. Segmentation방법들 이용해서 포트폴리오를 나누어보고 또 많은 추정가설을 이용해서 시나리오 분석을 했어. 그리고 그걸 VP 만날 때마다 보여줬어.


첨에는 관심도 없다가 나중에는 follow up도 지시하고 더 높은 보스에게 발표도 시키고. 어느 날은 외부에서 포트폴리오 바이어를 찾아서 결국 액시트전략으로 일부 포트폴리오를 팔기로 했어. 이게 기업팀에 들어온 지 1년 간이야. S라는 이 VP눈에 들었고 1년 2개월 만인가 Project Manager로 승진을 했어 난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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