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꾸리를 산책시켜야 할 시간이다.
조금 전에 깬듯한 꾸리는 산책을 나가기 위한 스트레칭을 거하게 한다.
앞으로 뒤로 몸을 쭈욱 길게 빼 보면서 짧은 네 다리의 근육들을 깨우고 있다. 입을 쩌억 벌려 하품까지 하고 나면 꼬리를 사정없이 흔들어 댄다. 현관문을 득득 긁기 시작하면 더이상 산책을 미룰 수가 없다.
나날이 지능이 높아지는 녀석에게
-잠깐만 기다려, 엄마 쉬 좀 하고.. 잠깐만! 썬크림 좀 바르고.. 잠깐만, 금방 옷 갈아 입고 나올게.
정도는 쉬지 않고 말해 주어야 나의 채비가 다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오늘은 어머니집에 가지 않고 언니와 셋이서 뒷동산과 집주변을 돌았다.
꾸리는 새길을 좋아한다. 인간이 밑을 수 없는 냄새가 꾸리에게는 길마다 다른 모양이고, 자주 가지 않는 길에서는 발걸음도 촐랑거려지나 보다.
언니가 깎던 잔디를 마저 깎고 브란치를 먹었다.
오전에 부서 회의가 있어 다른 날보다 일찍 출근해야 했다.
점심을 겸한 회의 시간에 한 시간 정도 일찍 도착하여 차 안에서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썼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쓰는 카테고리에 언니를 제일 먼저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아침 산책길에서 언니가 춤을 추지 않았더라면 그 매거진의 첫글은 엄마에 대해서이거나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글이 되었을 것이다.
부서 회의는 즐거웠다. 직장에서 팽 당한 부서원들이지만 능력자인 동료들이라 새로운 사업 구상들을 쉼없이 하고 있었다.
중식당에서 4종류의 음식으로 차려진 세트메뉴도 맛이 좋았다.
부서장인 내가 점심을 사고
6월 1일자로 중책을 맡게 된 동료분이 커피를 샀다.
오후는 금방 지나간다.
3시간 짜리 근무가 제법 수월했다.
우리의 목줄을 쥐고 있는 담당자에게 우리 부서 구성원들의 미래 밥줄이 어떻게 되는 건지 상담을 했다. 결론은 운에 맡기시라! 이다.
몇 년 전부터 직장에 대한 미련을 내려 놓았기에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지만 그런 처우에 대하여 억울하기도 하고 화가 치밀기도 한다. 이제 화를 그만 낼 때도 되었다. 내가 무슨 정의의 사도라고 앞장 서 싸운단 말인가. 한 번 거하게 싸워 봤으니 더이상 미련도 없다.
그렇게 마음을 다스리며 퇴근을 했다.
언니는 정원의 오솔길을 재정비한다며 모래를 퍼오라고 한다.
'우이 씨.. 배고픈데... 나 직장에서 스트레스 좀 받고 온 사람이거든? 꾸리랑 놀면서 쉬고 싶어서 일찍 온 건데 이젠 육체 노동을 해야 해?'
마음 속으로만 투덜대었고 모래를 두 양동이 퍼다 주었다.
아침에 출근하다 잠깐 봰 어머니에게 저녁 안부차 셋이서 산책을 어머니댁으로 다녀 왔다.
엄마는 건조장에서 돼지파를 다듬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우리 먹으라고 딸기와 채소를 챙겨 준다.
어머니댁까지 왕복 산책길이 오늘따라 멀게 느껴졌다. 돌아오는 길에는 배가 너무 고파 견디기 힘들 정도였다.
오랜만에 집밥을 해주겠다는 언니는 15분만 기다리라고 한다. 꾸리와 주변을 조금 더 걷고 빈 옆집의 정원에서 시들어가는 화초에 물을 주면서 15분을 버텼다.
저녁밥은 비싼 외식보다 훨씬 맛있었다.
언니가 압력밥솥에 하는 쌀밥은 기가 막히게 맛있다. 반찬이 없어도 밥이 맛있으니 한 공기를 뚝딱, 추가로 반공기를 더 먹었다
또 과식을 했구나!
몸무게는 언제 줄이나.
출근을 했던 나에게 놀아달라며 치대는 꾸리와 조금 놀아주고 나니 너무 피곤하다.
어젯밤 잠이 오지 않아 계속 뒤척였는데 수면부족의 후유증인가 보다.
얼른 오늘의 일기를 마치고 자러 가야겠다.
지금 시간은 2025년 6월 2일 월요일
저녁 9시 52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