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온은 27. 나이는 38.
습도는 모르고.
지금 여기는 스타벅스 보정DT점.
드라이브의 D와 쓰루의 T가 합쳐져서 DT이겠지.
시간은 6시 50분 16초를 방금 지났고,
나이는 10년 전에 28. 강수확률도 나는 몰라.
2011년에 대해 말할 것 같으면,
이맘 때쯤 나는 회사원이 되길 갈망하여
그 뜻을 이루고는 이내 내 뜻이 잘못되었다 판단하였지.
한달 월급은 세후 128만원.
보너스는 일년에 2번. 그래봤자 256만원.
부모님은 숙식제공료로 35만원을 원하셨고,
월 교통비는 6만원. 통신비는 8만원.
밥값은 얼추 20만원.
그럼 60만원 정도가 남고, 미래를 위해 나는
그 60만원을 몽땅 저축을 했다,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 저축이 가당키나 한가.
한달 용돈으로도 60만원은 빠듯했다.
하루에 대략 5000자 정도의 글을 쓰고,
생전 만져본 적 없었던 캐논 DSLR로 사진을 찍고
라이트룸으로 보정 후, 워터마크를 찍어 썼던 글과 함께
블로그에 2~3개의 포스팅을 하는 게 내 주된 업무였다.
7호선 면목역에서 2호선 잠실역으로 출퇴근 하는 시간으로 하루에
85분 정도를 소비했고, 나의 사번은 014였다.
아무도 나를 대놓고 무시한 적은 없었던 것 같은데,
매일 같이 열등감에 시달렸고,
그때로부터 10년 후인 지금 나는 용인 수지로 거처를 옮겨,
내 몫의 방에서 내 몫의 시간을 보내다가
오늘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과외 학생 상담을 마치고는
산책 삼아 맥북을 들고 나와 스타벅스를 찾아 이 지점에 왔고,
결제는 학생이 주었던 기프티콘으로 해결했다.
기온은 27이고, 그 사이 맥북 화면 우상단에 떠 있는
디지털 시계는 오후 7시 1분 57초를 가리킨다.
20년 전의 나는 18살이었고, 빠른 84라서 당시 나는
수능 입시생이었다. 면목고 졸업생인 나는 졸업 앨범 살 돈을 띵까
술을 사마셔서 집에 졸업 앨범이 없고, 설령 그걸 내가 보유하고 있더라도
1년에 0.2회 이상은 그 앨범을 오픈하지 않았을 성격이다.
나는 재수를 하지 않았고, 02년도에 서울산업대에 입학하고는
학교 다니기 싫어 학교엔 술 마시러 다녔다. 학사경고를 받아
부모님께 개병신이냐는 소리를 들었었고, 04년도엔 실기와 면접 시험을 거쳐
학교를 서울예대로 옮겼다. 그때 나는 21살이었고, 04년도 6월 12일에
내가 무엇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살면서, 대부분의 하루하루를 나는
잊어버렸다. 오늘의 나는 38이고, 습도와 강수확률은 모른다.
1시간 후엔 어디선가 밥을 먹고 있을 것 같다.
그 메뉴의 네임 역시, 나는 알 수 없다.
by vongmeanis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