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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6월 21일

뇌스트레칭#1

-인생은 일상에 있다. 일상을 장악해야 인생이 바뀐다.


-그러나 인생은 극단적 하루하루에도 있다. 내 인생에 다시 못 올 그날 하루가 현재 나의 일상을 결정지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무엇보다 돈. 그리고 돈 아닌 그 무수히 많은 것들. 이를테면 기억.


-이렇게 시샘이 많고 좁쌀 같은 심보를 지녔는데, 뭘 그토록 품이 넓은 인간인냥 굴려 발악을 했는지.


-지금 마시는 이 홍차는 싸구려지만, 그럼에도 싸구려보다는 홍차라는 것이 더 중요하듯, 인간도 그랬으면 한다. 시샘 많고 좁쌀 같은 심보이지만, 결국 나의 방점은 인간에 찍히는 것이지 시샘과 좁쌀에 찍히는 게 아니었으면 한다.


-소원 빌 필요도 없는 당연한 것들이라 여겼지만, 어쩌면 가장 절박하게 소원 빌 타당성이 있는 것 아니었을까 하는 단상


-월요일 아침이나 일요일 아침이나 비스무리하게 지내는 대가가 있는데, 그건 바로 일요일 아침도 월요일 아침처럼 보낸다는 것이다


-어제는 자소서 써야 해서 과제를 못 보낸다는 학생의 연락이 있었다. 마지막까지 내비친 그 안일함과 핑계대기에 짜증을 내고, 어차피 마지막 과제날이니 이걸로 연락을 중단하자고 했다.


-허나, 내가 학생에게, 혹은 여타의 인간들이게 내는 거의 모든 짜증은 내가 나를 대하는 자세와 맞닿아있다.


-나의 안일함과 핑계대기 신공에 나는 진절머리가 나 있거든.


-자기 성찰의 부작용은 그것이 자학으로 이어지기 십상이란 것에 있다.


-나의 장점을 자기 스스로 홍보해야 하는 인간은 종종 서러움과 직면하게 된다.


-누가 먼저 알아주고 청탁하지 않았음에도 자처하여 나의 장점을 사람들 잘 보는 곳에 게시해줬으면.


-그러나 나도 그렇게 해본 역사가 없으므로, 당당한 소원은 아닐 것이다.


-누가 시키지 않았음에도 이렇게 알아서 뇌스트레칭이란 걸 굳이 개발하여 왕왕 하고, 그걸 다른 이들에게 보급시킨 것은 나의 장점일 것이다.


-방금 나는 서러웠다. 많이는 아니고, 약간.


-어제 나는 오랜만에 단편 시나리오를 썼다. 덕분에 잠을 일찍 잘 수 있었다.


-고생했다. 거기가 어딘진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쨌든 가야 한다.


-오늘 같은 월요일 아침을 맞이한 것을 나는 언젠가는 분명히 까먹을 것이나, EMP 폭탄이 투하되어

카카오의 서버가 불능에 도달하지 않는 한, 계속 여기에 남겨져 있겠지.


*류이치 사카모토 <KOKO> 들으면서 뇌스트레칭*


김봉민 씀.


김봉민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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