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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와 인도 마약 소년들

2012년 3월 8일 뉴델리 코넛 플레이스 맥도널드, 인도 4일째#2



그 연휴는 나중에 알고 보니 인도의 최고 축제라 불리는 '홀리'였다.

그 인도 마약 소년들은 한창 신난 상태였겠지.

다른 이들의 축제가 당시 나에게는 고역이었다.

세상은 오디션이 아니라 축제, 라는 대사를

나는 어느 잡스러운 뮤지컬 대본에 쓴 적이 있었다.

2013년에 쓴 그 뮤지컬의 대본 작업을 하는 게 나는 정말 싫었다.

그러나 싫어도 했다. 지금이라면, 절대 그런 뮤지컬을 만드는 데

어떠한 에너지도 투여하지 않을 거다.


그리고 오늘 2021년 4월 7일. 오후 3시 42분.

날씨가 좋다. 여기는 한국이다. 저 일기를 쓸 때

문득 그리워했던 그 한국에 나는 와 있다.

여기에 있으니 또, 이가 갈리도록 여기서 떠나고 싶다.

마약 소년들은 이제 마약 청년들이 되었겠네.

너희들. 지금 만나면 패죽이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쌍욕 정도만 해주마. 물론 만날 일이라곤 없겠지.

세상은 넓다. 세상은 오디션도 아니고 축제도 아니다.

세상은, 그러니까 세상은, 뭐냐 하면,


모르겠다.


그걸 알면 내가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진 않겠지.

여하간 다시는 그런 대사를 쓰지 말자. 라고 결심하고

괜히 한 번 구글링을 해보니, 맙소사.

'세상은 오디션이 아니라 축제'라고 쓴 게 아니라

인생은 오디션이 아니라 축제라고 썼었구나.

민망하다. 역시 속단하면 안 되겠다.


사진 264 (1).jpeg 인도 델리 빠하르간즈. 2012년.



by vong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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