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3월 8일 뉴델리 바즈랑 게스트하우스, 인도 4일째
이땐 아비가 되고 싶어했구나.
내가 8개월 다녔던 중소기업 면접 때 사장이 물었었다.
당신 꿈이 뭡니까.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겁니다.
네?
좋은 아버지가 되는 거요.
이젠 그걸 거의 야망으로 여기고 있다.
면접에 붙고 8개월 만에 나는 병이 났고,
있는 돈 모두 모아 인도로 여행을 갔다.
그리고 이 일기를 쓴 지 9년 지난 지금,
나는 내 모든 가족과 의절했다.
이때 이미 그 조짐을 느꼈는지,
이런 일기를 남겨놓았구나.
나는 내 아비와 엄니와 친형 때문에 더는 우울해지고 싶지 않다.
2012년엔 몰랐다. 나의 이 가족이라는
운명은 비극도 희극도 아니라,
부조리극이다,
라고 하면 솔직히 겉멋 부리는 거고,
그래, 용기내어 발설하자면 희비극 아닐까 싶다.
이 희비극 안에서 꾸는 꿈이 전부 다
악몽은 아니겠지.
by vongme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