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구지천에 새벽안개가 꾸물꾸물 일어선다. 안개는 어느새 점령군처럼 들판을 가득 채우고 고속도로까지 밀려온다. 끝없이 밀려드는 회색분자들. 나는 소총 대신 사정없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댄다. 차 옆으로 스쳐 가는 안개의 군상들. 저 안개 속에는 밤새 은밀하게 건너온 중국 허베이성 철강공장과 유리공장들에서 날아온 미세먼지들이 섞여 있을 것이다. 가난한 노동자들의 아픔과 농사를 망친 농민들의 눈물과 함께 황해를 건너 이 한반도 화성 들녘 황구지천까지 날아온 미세먼지들. 이제 몽골 고비사막에서 날아들던 황사보다는 미세먼지들이 한반도를 공격 중이다. 저들의 무례한 침략을 막아야 한다. 마스크가 필요한 봄날. 안개도 자유롭고 싶어진다. 안개에게 투명한 자유의 날개를 달아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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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구지천은 경기도 의왕시 오봉산에서 발원하여 의왕시, 수원시, 화성시, 오산시, 평택시 등을 흐르는 하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