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아픔이고 싶다
저 스스로 툭툭 떨어져 버리는 열매들처럼
바람에 날리는 낙엽들처럼
철저히 사라지는 아픔이고 싶다
가 을
가을이 아프게 깊어가고 있습니다
우리의 젊은 날이 신록으로 푸르렀다가
어느 날 문득 단풍으로 물들어 가고 있는 것을 봅니다
가로수 길을 걷거나
먼 산 숲 그늘 아래 떨어지는 낙엽들의 슬픔이
아파오는 오늘
삶이 참 아름다운 가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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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주사 풍경 - 사진작가 김효경 시인
가을, 우체국 풍경
노란 국화 화분 입구에 놓인 우체국
멀리 기숙사에 간 막내아들 가을옷을
아비의 마음까지 더해 택배 상자에 담는다.
사람들은 하나둘씩 어딘가로 소식 전하고
가을 속으로 총총히 사라져가는 한낮
색색으로 물들어 가는 단풍잎들
계절은 어느덧 지난여름을 잊게 하는데
툭툭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너에게 쓰고 싶은 편지 한 장
잘 지내지. 건강하고 행복하렴….
가을. 우체국 소식 담은 제비는
창공으로 날아간다.
가을 연시戀詩
가을에는
생각들을 주워야 한다.
봄부터 쏟아놓은 수많은 말과
여름날의 한숨들
쓸데없이 길거리에 내다 버린
소심했던 생각들 모두
거두어야 한다.
땀 흘리지 않은 수확이 어디 있으랴.
들판의 곡식들 곳간에 쌓이기 전에
흘려버린 생각들 낟알 줍듯
주워야 한다.
나뭇잎들 하나둘씩 떨어져
거리에서 힘없이 이리저리 뒹굴기 전에
허한 말들과 뜻 없이 행한 것들 모두
거두어들여야 한다.
밤바람 차갑게 살갗에 스미고
쉬 어둠이 온다.
어둠이 안개처럼 저녁을 메우기 전에
겨울이 소리 없이 유리창에
성에꽃 피우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