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밭에는 보물들이 들어있다.
한겨울을 넘기고 봄이 오면
자라나는 새싹들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맺고
인간에게 채소와 과일들을 선물한다.
노력 없이 수확하는 농부의 손이
부끄러워진다.
혼자 먹기엔 아까워 나눌 생각을 하니
그나마 덜 미안해진다.
감나무
감나무가 해거리를 하나 보다.
작년에는 가지가 늘어지도록 주렁주렁 달렸었는데
장마와 고온에 시달린 여름을 보내고 나니
가지마다 숭숭 바람이 샌다.
감나무는 가지의 무게를 견디기 위해
감의 개수를 조절한다지.
우리 삶도 힘 조절이 필요하다.
너무 진을 빼면 몸이 느낀다.
현재의 성과에 취해 에너지를 쏟으면
보충해야 하지만 인생은 쉽지 않은 것
또 다른 일들이 그를 기다린다.
비록 몇 개 남지 않은 감들이지만
가을 햇살에 단맛 나게 익어가기를
누군가에게는 감빛 추억이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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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나무 - 사진작가 김효경 시인
어머니 나라
밤이면 가장 빛나는 별 북극성
어머니 지금 그 나라는 어떠신가요?
아픔도 슬픔도 없는 나라
기쁨과 평안이 가득한 천국
지금 이 세상에서는 상상하지 못할
새로움이 가득한 나라
어머니 북극성 향해 천사들의 호위받으며
올라가시던 1989년 9월의 밤도
눈 깜짝할 사이 지나갔습니다.
추석이라고 모인 자손들
차례를 지내며 젊은 날
부모님 사진을 바라봅니다.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슬픈 일을 많이 보고 늘 고생하여도….
어머니 즐겨 부르시던 찬송가처럼
그 나라에서 영영 행복하소서.
두 아이
청벽靑壁을 돌아 흘러내리는 물살
공산성公山城 백사장에 머물면
꼴 베던 두 아이 돌을 던진다.
쟁기 끌던 웅진 텃밭 흙냄새
쌍수雙樹 휘어진 가지 위 새벽안개로 흐르면
밀려오는 바람 소리 영은사에 잠들고
천년을 이어온 웅진熊津의 향기
바스라이 지는 낙엽에 쌓인다.
아시아의 바이킹 동성함대
서해를 흉용洶湧하고
야망의 투사들 대륙을 달렸다.
세월은 가고 무너진 성벽 사이로
들풀 돋는 곳
행여 발에 닿는 부서진 성문城門 조각들
이끼 낀 왕궁터
선인들이 거닐던 오솔길에
촉촉이 젖어 드는 이슬방울들
변함없이 흐르는 금강
곰나루 전설 담은 사공의 가락에
하나둘 늘어가는 무명묘지無名墓地
어허라, 백발이 위용 없는 장군처럼 늘어가도
천년을 더불어 황혼을 낚겠노라.
연미산 지네골 돌아 흘러내리는 차가운 물살
청벽靑壁 백사장에 머물면
꼴 베던 두 아이 돌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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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4년 공주교대 <公山城> 誌 발표작
도토리 한 알 밤 한 톨
떽 떼구르르
어디서 굴러왔나
도토리 한 알
산에 산에 깊은 산에
혼자 있기 심심해
세상구경 하려고
떨어졌다네.
톡 또르르르
어디서 떨어졌나
밤 한 톨
밤 밤 밤나무 가시 속에
숨어있다가
모두 잠든 밤에
우리 마을 찾아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