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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내에게

-결혼 33주년에

사랑하는 아내에게


아침 일찍 출근해서 노르웨이의 작곡가 그리그의 솔페이지의 노래를 듣노라니 아련한 지난날의 세월에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노르웨이의 가난한 농부였던 페르퀸트는 같은 마을의 예쁜 처녀 솔베이지를 사랑하고 결혼까지 약속합니다. 하지만 페르퀸트는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떠나갑니다. 몇 년 동안 번 돈을 가지고 고향으로 돌아오던 페르퀸트는 국경에서 산적들을 만나 돈을 다 빼앗기고 또다시 이국땅에서 고생하며 살아가게 됩니다. 솔베이지는 겨울이 가고 봄이 와도 돌아오지 않는 페르퀸트를 기다리며 살아갑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늙은 페르퀸트는 마침내 고향 마을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의 집에는 그를 기다리던 어머니는 돌아가시고 오두막집에는 백발이 성성해진 연인 솔베이지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늙고 병든 페르퀸트는 솔베이지의 무릎에 머리를 기댄 채 솔베이지의 노래를 들으며 눈을 감습니다.

우리가 만난 1983년 대학 학보사 수습기자 시절. 세월이 참 많이도 흘렀구려. 학군단의 젊은 권태주도 앞머리가 다 빠지고 백발이 가득해 염색하지 않으면 안 되는 나이가 되었고, 당신은 여전히 미모를 유지하지만 몸은 건강이 나빠져 자주 혈액이 잘 통하지 않아 힘들어하기도 하지요. 또래의 동료들은 자녀 결혼시킨다고 청첩장을 돌리기도 하는데 우리 세 아들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우리 부부의 삶이네요. 하지만 영재도 이마트트레이더스에서 잘 근무하고 있고 영현이는 동탄행복노인복지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영규도 제대를 앞두고 있으니 마음이 놓이기는 합니다.

언제나 우리 등 뒤에는 하나님이 계셔서 우리를 든든히 보호해 주시니 무엇이 두렵겠소? 주님 뜻대로 살아가는 우리 가정이 나는 행복하고 늘 든든한 아들들이 있어 기쁘게 미래를 꿈꾸고 있으니 아쉽지는 않다오.

2023년은 당신이 00초등학교 교장으로 발령이 나고 나도 부천에서 화성오산교육지원청 미래국 혁신학생과장으로 집 가까이 왔다가 반석초등학교 교장으로 전직하여 한결 편안히 생활하게 되어 다행이라오. 무엇보다도 우리의 건강을 위해 매일 함께 운동할 수 있으니 그것 또한 축복이겠지요. 대부도 밭에는 아직도 우리가 가꾸어야 할 땅이 있기에 최선을 다해서 경작해볼 생각이요. 아들들이 함께해 주어서 거름도 뿌리고 비닐도 씌우니 올해 농사는 풍작이 되겠네요. 고추가 잘 되면 잘 빻아서 이웃들에게 나눔도 할 수 있겠지요. 우리가 심은 배추도 김장을 하면 더욱 맛이 있겠네요.

오늘 결혼기념일. 1990년 4월 28일 이순신장군 탄신일에 여의도 교원공제회관에서 많은 이들의 축복 속에 결혼식을 올렸던 기억이 새롭소. 유채꽃 노랗게 핀 제주도 오름길을 걷던 아름다운 추억도 남아 있네요. 이제 올해 우리의 회갑도 더 기쁘게 맞이하도록 나도 최선을 다해 보겠소. 교장으로, 시인으로, 아버지로, 남편으로, 농부로, 신앙인으로서 말이요. 지난날 부족한 남편으로 당신을 힘들게도 하고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결혼 선물 한 번 제대로 못 해서 미안하오. 기다려줘서 고맙고 또 미안하오. 앞으로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달려가 봅시다. 늘 기도하는 어머니로서 있어 줘서 고맙고 믿음의 가정이 되도록 노력하겠소. 사랑합니다.^^

2023년 4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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