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낯선 곳에서 하룻밤을



새 눈 트는 봄날

대지엔 어느덧 저녁 안개 머물러

긴 염전길 따라 홀로 걸어가네

처음 걸어보는 이 길에는

그 옛날 선인들의 발자국 박혀있어

흐린 시선 너머

서해로 하루의 해가 지누나

긴 노을 붉게 타올라

내님 향한 애타는 사랑만큼이나

가슴 뜨거워져

자욱이 사라지는 안개 저녁연기

모든 것들이 한 줌 꿈이어라

태양은 지고 대지는 식어도

이 땅 위에 흐르는 그리움은 남아

어제는 먼 충청도 섬마을

오늘은 경기 땅 달월 들판

내일은 또 어디일까

하루 일을 끝낸 염부의 귀갓길엔

마을에서 아이들과 놀다 돌아오는

바람이 먼저 맞이한다

염전 길 만큼이나 골 파인 볼 가

길게 뿜는 청자 담배 연기

하늘은 유채색 풍경화다

외양간 젖소 되새김질하는

시골집 사랑방에서 하룻밤 잠을 청하니

세월은 자꾸만 거꾸로 흘러 흘러

가슴에 맺힌 지난날들의 영상 피어나네

손 내밀어도 잡히지 않는 수많은 말들

온 방을 날아다니네

끝없이 벽에 부딪히며 솟아나고 있네(1988)

새해에는.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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