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인 권태주 Aug 12. 2023

들꽃 시인의 농장 가꾸기ㆍ3


  8월 무더위가 절정이던 월요일 강원도 고성으로 2박 3일의 휴가 일정을 잡았다. 가까운 지인들과 라운딩을 하며 이열치열하기로 하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일본 쪽에서 올라오는 '카눈' 태풍으로 인해 불안하기는 했지만 설마 하며 고속도로를 달렸다. 날씨는 덥지만 화창해서 크게 걱정이 없었다. 여주쯤 가는데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다. 강원도 고성에 폭우가 내려 산사태가 우려된다는 것이다. 결국 휴가 일정은 취소가 되었다. 대신 3일간 더위와 싸우며 소피아, 화성, 천안에서 라운딩으로 대신했다.

  전북 새만금에서는 세계의 스카우트 대원들이 모여서 잼버리 행사를 하는데 날씨가 너무 덥고 불편한 시설과 환경 때문에 영국과 미국, 싱가포르 대원들이 중간에 이탈을 했다는 뉴스로 가득했다. 급기야 정부에서 나서 각 지역으로 잼버리 대원들을 버스로 이송했다.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오고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새만금을 포기한 것이다. 준비 부족, 공무원들의 태만, 지역 이기주의까지 모두 문제였던 행사로 국제적인 비난을 받았다. 결국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 K-POP 공연을 끝으로 잼버리 행사는 마쳤다.

  이미 입추가 지나갔기에 밤이면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뉴스에서는 서이초 교사 자살 건으로 교권보호와 아동학대 신고 개선, 학부모 민원 대응 등으로 그동안 수면 아래 있었던 교권침해 사례가 심각하게 올라오고 있다. 교사들은 광화문에 모여 교권회복을 주장하려고 한다. 지방에서까지 버스를 타고 상경할 예정이다. 우리 지역 교사들도 집회에 참석한다고 한다. 이번 기회에 교육계의 확실한 변화가 있어야 하겠다.

  새벽에 일어나니 마음이 급하다. 옥수수는 잘 자라는지 노각오이와 참외는 잘 크는지 궁금하다. 이번에 비닐을 덮어 가을배추와 무 심을 준비까지 해야 한다. 농막에 오면 왠지 모를 힘이 난다. 향긋한 풀냄새와 쑥쑥 자라는 호박 줄기들, 어느새 검게 익어가는 포도송이까지 고향에 온 기분이다.

  20년이 지났지만 농사는 여전하다. 아로니아 열매를 수확하고 옥수수를 딴다. 가지랑 참외도 따고 노각오이와 단호박도 몇 개 딴다. 잘들 자라주어서 농부의 마음을 흐뭇하게 한다. 밭에 비닐을 덮는 일까지 마치니 벌써 오후가 되었다. 이젠 비도 그치고 해가 뜨기 시작했다.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고 농장을 바라본다. 들꽃시인과 함께 한 20년의 세월, 내 시의 근원이 여기에 있었다. 다시 동탄을 향해서 액셀을 밟는다. 해바라기가 웃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천둥산민물장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