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그냥 꽃

나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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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나

신동엽


사양들 마시고

지나 오가시라

없는 듯 비워둔 나의 자리.


와, 춤 노래 니겨

싶으신 대로 디뎌 사시라.


한물 웃음떼 돌아가면

나 죽은 채로 눈망울 열어

갈겨진 이마 가슴과 허리

황량한 겨울 벌판 돌아보련다.


해와 눈보라와 사랑과 주문,

이 자리 못 물고

굴러떨어져 갔음은

아직도 내 봉우리 치솟은 탓이었노니.


글면 또 허물으련다

세상보다,

백짓장 하나만큼 낮은 자리에


나의 나

없는 듯 누워.


고이 천만년 내어주련마

사랑과 미움 어울려 물 익도록,

바람에 바람이 섞여 살도록,


[신사조 : 196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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