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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즈음

by 시인 권태주

설날 즈음



마침내 설날이 다가왔다

설을 기다리는 나의 마음을 방패연에 담아 하늘 높이 날렸다


밤새 끼룩대던 기러기떼도 추위도 있은 채

먹이를 찾아 물속을 뒤지고

부엌 무쇠솥에서는 설에 먹을 조총을 만드느라

고구마가 삶아지는 것이다


한겨울의 맹추위도 설날이 지나면 사그라지려나

장에 가신 아버지 설빔 사 오실 때를 기다리며

팽팽하게 당겨진 연줄만 애꿎게 당겨보지만

연탄불 위에 냄새나며 익어가는 전어에 막걸리를 마시는 아버지는

돌아오실 때가 깜깜하다


이윽고 기다리던 설날 꼭두새벽부터 마당을 쓸고

차례상 앞에 서면

나는 조상님께 당당한 후손이었다


설빔을 차려입고 성묘 가는 길

나는 한 마리 고라니 새끼처럼 들판을 내달렸다

저수지 건너편에 있는 조상님의 산소에 가려고

얼음판에

들어서면

쩌렁쩌렁한 얼음판 금 가는 소리에 마음 졸이며

저수지를 건넜다


구름이 흘러가듯 훌쩍 50년의 세월이 흐르고

파란 하늘 위에 흔적 없이 가버린 세월

새해 설날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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