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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의 시

by 시인 권태주

추운 겨울의 시




북풍한설 몰아치는

추운 겨울날

어린 나는 학교에서 돌아와 부엌에 솥뚜껑을 열고

어머니가 삶아놓은 고구마를 먹었네


동치미랑 함께 먹으면 목이 메인 고구마도

술술 넘어가고

추운 겨울이 어느새 온기로 따뜻해졌지


우리 가족들은 다 어디 가셨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동네 초상집에 가시고

할머니는 옆집 마실

어머니는 바지락 캐러 바다에 가셨나


나 혼자 지게를 지고 산에 가네

뒷산에는 어제 내린 흰 눈이 무거워 솔가지를 우두득 부러뜨리는 소리

비둘기 한쌍 구구거리는 소리

너머에는 서해 파도 흰 포말 남기며 끝없이 밀려와

그리움을 가득 채웠네


부지런히 지게에 담는 고주배기와 등걸들*

산등성이를 헤매며 아궁이에 채울

땔감을 찾았네


멀리 산아래 집들마다 연기가 피어오르는 저녁

어린 나는 지게를 지고 산길을 내려왔네

그곳엔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내일을 꿈꿀 수 있었기에


*고주배기와 등걸ㅡ그루터기의 사투리. 죽은 나무 밑둥이나 베어 낸 소나무 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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