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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 노량, 그 죽음의 바다

ㅡ 이순신장군을 추모하며

by 시인 권태주

노량, 그 죽음의 바다



1. 패전


고요한 바다가 잠이 들 무렵

칠천량으로 밀려들어오는 조선 수군

원치 않았던 출전에 병사들은 지치고

노곤함에 노를 팽개쳤다

모두 잠든 시간 칠천량을 에워싼 왜선들의 화공


임진왜란 발발 이후 단 한 번의 패전도 없었던 조선 수군이 무너졌다

거북선과 판옥선이 불타고 칠천량 앞바다에 군사들 비명과 함께 수장되어 갔다


이순신장군이 있었더라면

모두 절규하며 산속으로 흩어져 갔다

이순신장군이 있었더라면...

슬픔의 전쟁

패전의 아픔


2. 복수의 칼날


명량해전 이후 왜적들은 서해로 못 가고

왜성에 남아 공성전


이순신장군은 조선수군을 다시 재건한다

한양 무뢰배들에게 당한 치욕적인 고문

기억하리라

언젠가 왜놈들을 물리치면

선조와 함께 비웃던 간신들 참수하리라

밤마다 잠결에 되뇌며 소스라치곤 했다


순천 왜성의 고니시 유키나가를 구하러 오는 500여 척의 시마즈 요시히로 왜군들


명량해전 패배의 복수를 위해

아산에 침입해 아들 면과 식솔들을 도륙한 왜군들

그냥 돌려보내지 않으리

관음포 앞바다가 왜군들의 무덤이 되리

3. 노량 마지막 전투


1598년 12월 16일

한겨울 밤안개를 뚫고 전진하는

시마즈 요시히로의 함선을

노량에서 맞이하여

명량에서의 고통을 다시 안겨주리라

명나라 진린과 함께 한 전장에 깊은 침묵이 흐르고

드디어 마주한 칠천량 조선수군의 원수

갚아주리라

한 척도 다시 돌아가지 못하게 하리라


새벽이 올 때까지

날아가는 천자총통의 포탄들과 불화살 신기전들

관음포에 갇힌 왜선들을 향한 처절한 전투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 냉정하게 한겨울의 바다는 왜군들을 수장시켰다


저 간악한 왜놈들

다시는 조선을 침공하지 못하게 하리라

내가 떠나도 노량의 바다는 흐를 것이지만

칠천량 조선수군의 한을

오늘 관음포 앞바다에서 왜놈들의 죽음으로

풀어주리라


전쟁의 막바지

허공을 가르는 총탄 한 알

좌측 옆구리를 뚫고 지나가는 저격수의 총탄에

별이 졌다

그가 울리던 북소리만 남았다

자욱한 포연 속에 스러져간 장군의 원한이 있었다


조선을 위해

조선수군을 위해

조선의 백성들을 위해 싸웠던

성웅 이순신

그날 노량의 바다는

슬픔의 바다였다

고통의 바다였다

죽음의 바다였다

먼 훗날 후손들에게는

은혜의 바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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